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감염자 수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상당하다. 중국은 우한시에 ‘도시 폐쇄’ 결정까지 내린 상태다.
도시 폐쇄를 결정한 중국은 우한시에 5G 기반 ‘원격 의료’를 전면 도입했다.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이 없어 전염·확산 우려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더 나아가 중국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술 발전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시스템 반도체 등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에 기회로 여겨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반도체 사업구조를 바꿔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논리와 연산, 제어 등 데이터 처리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의 정보를 저장·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디지털화한 전기적 정보를 연산·처리한다. 주로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등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이 시스템 반도체로 분류된다.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앞으로의 사용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보다 안정적 이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쫓아오는 경쟁자들과의 차별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탓이다. 지난해 9월 인텔은 한국에서 메모리 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옵테인)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을 선보였다. 인텔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서버용 CPU가 주력인 만큼 옵테인과 SSD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약점을 보완하고 나아가기 위한 채비를 했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 개발) 강화를 위해 관계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운영 내용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1000억원 규모 팹리스 펀드 조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올해 시설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AI, 5G 분야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는 인프라 시설투자는 지속하는 반면 설비투자는 유연하게 전개하겠다며 시스템 반도체 대비 소극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5년(2014~2018년) 산술 평균 ROIC(투하자본수익률)와 WACC(가중평균자본비용)는 각각 26.54%, 6.32%다.
WACC은 기업의 미래 잉여현금흐름(FCF)과 잔존가치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할인율이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가치는 하락한다. ROIC는 투자한 비용 대비 수익률을 의미한다. 당연히 ROIC가 WACC보다 클수록 기업가치는 올라간다.
삼성전자의 ROIC는 WACC를 훨씬 웃도는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2017년에는 대폭 상승해 41.57%, 2018년에도 39.88%를 기록했다. EV스프레드(ROIC-WACC)를 보면 삼성전자는 자본통제를 통한 수익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연간 약 2조2246억원((ROIC-WACC)*연간투하자본=EVA)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약 11조원(133조원/12년)씩 투자했을 때 2조2246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다만 EVA값이 단순 추정치라는 점과 이제 투자가 시작된 만큼 시스템 반도체에서 당장의 수익이 발생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가 반도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점도 긍정적이다. 반도체 제조라인 특성상 공장이 멈추면 많게는 수천억까지 손실이 발생하는 탓에 현재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은 현재 24시간 가동 중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호재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 24조7680억원 중 메모리 반도체가 92%(22조8580억원)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DS투자증권도 메모리 반도체가 93%로 대부분의 이익을 도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67%, 43.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의견 ‘매수(BUY)’에 입을 모았다. 적정주가 컨센서스는 6만9835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돼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춘절 기간에 중국 휴대폰 내수판매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