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주변국가들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 경기둔화의 불똥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는 6일 필리핀 중앙은행이 정례회의에서 0.25%P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은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냉각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0.75%P 내린 바 있다.
5일에는 태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동결에 무게를 실었지만 금리인하를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로이터 조사에서 전문가 23명 가운데 14명이 태국 중앙은행의 금리동결을, 9명이 0.25%P 금리인하를 점쳤다.
태국의 경우 경제에서 관광업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그 가운데서도 중국 의존도가 유독 높은 만큼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안 그래도 가뭄과 정부 지출 지연으로 경제가 둔화하면서 올해 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8%에 그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도 6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5%까지 곤두박질친 데다 지난주 발표된 2020회계연도 예산안은 부양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5년래 최고치로 껑충 뛴 만큼 금리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으리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들 중앙은행이 당장 행동에 나서진 않더라도 통화정책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하방압력은 큰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4일 정례회의를 연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으나 수개월째 계속된 산불과 신종 코로나 확산을 경제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 차례 금리를 내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루피아 가치가 급락하자 환율 방어를 위해 하루 전 시장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자카르타 소재 은행 BBCA의 데이비스 사무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 경제둔화에 대비해 당국이 더 강한 부양조치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집행이 요구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