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春節·중국 설) 연휴가 끝나 중국인들의 일상 복귀가 이뤄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설 정도로 확산일로다.
향후 2주 동안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사망자, 사스 넘었다
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1만7205명으로 전날보다 2829명 급증했다.
사망자는 361명으로 57명 늘었다. 하루 사망자가 50명을 넘은 것은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사스가 유행할 당시 중국 내 확진자는 5327명, 사망자는 349명이었다. 확진자에 이어 사망자 기준으로도 신종 코로나에 의한 피해가 사스 때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2주간 바이러스 확산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관련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열흘에서 2주 사이에 전염병 발생 상황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열흘간 이어진 춘제 연휴 기간 중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된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감안한 예상이다.
중 원사는 "신종 코로나 감염자의 평균 연령은 59세이며 56%가 남성이었다"며 "박쥐에서 시작됐지만 중간에 다른 숙주가 있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염병 발생이 여전히 상승기에 있지만 전국적이 아닌 국부적 폭발로 본다"며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임상 단계를 거쳐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진자 관리 엉망, 대인 기피증 확산
전날 선전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최근 2주간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고 전염병 발생 지역에 가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례도 없는 외식 배달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잠복기 내내 배달 업무를 지속한 것으로 확인돼 현지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광저우에서는 확진 환자의 집 현관문 손잡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외부에 있는 사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확진자에 대한 격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대인 기피 현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장시성 간저우시 공안국은 자택 격리 기간 중 대중 교통을 이용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 루(陸)모씨를 입건했다. 공공 안전을 해친 혐의다.
광둥성 산터우시에서는 후베이성을 방문한 뒤 신종 코로나 감염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자진 신고하지 않은 4명이 공안에 체포됐다.
포산시에서도 후베이성 호적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1명이 지정된 거주지를 이탈해 음식을 사 먹고 쇼핑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 처분을 받았다.
병원 내 병상이 부족해 다수의 확진자가 자택 격리를 당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가 상당하다. 상하이에서는 한 주민센터에 마스크 구매를 예약 신청하러 온 시민들이 2m 이상의 간격으로 줄을 선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직장에서도 떨어져서 식사하라
중국 정부는 춘제 연휴 뒤 시민들이 직장에 복귀해 대인 접촉이 많아질 경우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중국 위건위의 전염 예방 수칙을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불필요한 회의는 최대한 줄이고, 화상 회의를 적극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점심시간 때는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게 소규모가 순차적으로 식사하고, 함께 식사하더라도 떨어져 앉을 것을 권했다. 가능하면 포장을 해 혼자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휴지로 버튼을 누르고, 중앙 냉·난방 장치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기업 연휴가 9일까지로 연장됐지만 그 이후 출근하는게 걱정"이라며 "이번 사태가 사스 때처럼 반년 가까이 지속된다면 사회 혼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