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11월 중국 후난(湖南)성 공안 당국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인 천산갑을 밀수한 129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판매하려 한 천산갑 216마리를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12월 저장성에선 역대 최대 규모를 다시 세운 천산갑 비늘 밀수 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이 약 11개월 동안 밀수한 천산갑 비늘의 양은 23t으로 적어도 5만 마리의 천산갑이 도살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원인이 중국의 무분별한 야생동물 및 가금류의 도축·판매 문화로 지목되면서 중국 야생동물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중국 야생동물 불법거래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야생동물 불법거래가 빈번한 이유는 뱀과 거북이, 고슴도치, 악어나 박쥐 같은 특이한 야생동물을 특별식으로 만들어 먹는 야생동물 식용 문화 탓이다. 이런 특별식을 중국에서는 ‘야웨이(野味)’라고 부른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야웨이가 몸보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맹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향고양이와 박쥐가 감염원으로 밝혀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의 단속이 한층 엄격해졌음에도 중국인들의 야웨이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야생동물 불법거래 시장은 되려 치밀해졌다.
앞서 소개된 장시성 야생동물 불법거래 사건을 주도한 조직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사건 전단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장시성 11개 시와 전국 15개 지역에 분포돼 있었다. 이들은 야생동물 사냥과 포획, 운반, 가공 및 판매 등의 전 과정을 조직적으로 운영했으며 조직 규모도 거대했다.
신분 역시 농민, 직장인, 학생 등으로 다양했는데, 일부는 철도물류 관리자로 위장하기도 했다. 전국으로 배송되는 화물 운송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야웨이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버젓이 판매됐다는 것이다. 중국 화하시보(華夏時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던 지난 23일에도 타오바오몰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고슴도치, 뱀, 악어, 꿩 등으로 만든 야웨이가 판매되고 있었다.
중국 당국은 뒤늦게 조치를 내놨다. 시장감독총국과 농업농촌부, 국가임업국 3개 부처가 지난 26일을 기해 중국 전역에서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야생동물 사육장은 폐쇄 조치됐다. 야생동물을 풀어놓거나 운반·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이들 부처는 농산물시장과 슈퍼마켓, 식당,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야생동물을 거래할 경우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공안기관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당국의 조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가임업국의 관계자는 제일재경과 인터뷰에서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선 야웨이를 통해 소비를 과시하려는 잘못된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며 “게다가 불법 야생동물 거래는 이윤이 크게 남는 편이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통신·기술 발달로 야생동물 사냥이 점점 쉬워지고 있고, 판매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야생동물 불법거래를 쉽게 막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화샤스바오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거래는 더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야웨이의 온라인 상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는 적당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규제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