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 ​‘늑장보다 과잉이 낫다’…방역당국, 일대일 대응 만전

2020-01-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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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등 주요 입국장 검역 강화…입국시간 다소 길어질 전망

정부, 경제 영향 점검회의 소집…대형병원은 면회객 제한

 

전국 주요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면회객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입구에 붙은 면회제한 안내문. [사진=송종호 기자] 

 
강원도 춘천에 사는 김모씨(50)는 설 연휴기간 지인을 병문안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으나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대병원이 중국 우한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보호자 1인 외에 면회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와 가족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 확진자가 27일 현재 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늑장보다 과잉이 낫다’는 인식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병원 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단체 면회객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공항과 항만 등에선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상대로 건강상태질문서를 받으면서 입국 시간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

또 방역 주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은 방역 수준을 높였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27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대응 마련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초기 방역 실패로 우리 국민이 생명을 잃고 경제마저 위축됐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 당시 국내에서 38명이 사망했고, 민간 소비심리 증가율은 2.2%(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그쳤다.

◆인천공항·주요역 검역강화··· 일대일 검역 검토

우선 28일부터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국 공항과 항만의 검역이 강화된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중국 전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염 지역을 중국 우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만약 중국에서 온 입국자가 이에 불응할 경우 검역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국 우한에서 온 입국자만 질문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28일부터 중국 전역으로 대상이 확대됐다”면서 “입국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이해를 부탁한다. 인력을 지원받아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28일 국방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추가 검역 인원 200여명을 지원 받아 중국발 입국자 전역 검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의관과 간호장교를 전국 공항과 항만 검역소에 파견키로 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정부 차원 대응 체계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중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한 일대일 검역도 검토 중이다. 다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하루 3만2000여명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인천공항 검역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때를 대비한 검토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레일도 서울역 등 주요역에 방역매트를 설치하고, 수유실과 화장실에만 있던 손소독제를 역사 곳곳으로 늘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청소와 소독을 강화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주요병원, 단체 면회객 제한··· 정부, 경제 영향 점검 긴급회의

전국 주요 병원들은 병원 방문객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과거 메르스 당시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의료진·보호자·면회객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출입증이 있는 보호자 1인을 제외한 방문객의 면회를 제한했다. 외래진료가 예정된 환자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의심될 때 행동요령에 대한 안내 문자도 발송했다. 또 본관, 어린이병원, 암병원 건물 입구 등에는 열 감지센서 카메라를 설치했다.

삼성서울병원병원 측도 보호자 1인 면회만 허용하고 있다. 병원 측은 “최근 2주 내 중국을 방문한 사람은 병원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7일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신종코로나를 안건으로 한 간부 회의를 주재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국장급 간부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이주열 총재 주재로 비공개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당초 28일 예정이었으나 국내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나며 상황이 악화되자 하루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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