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경제는 이념이나 감정보다 실리(實利)가 우선이다

2020-01-26 21:31
  • 글자크기 설정

- 중국·일본과도 그들이 손을 먼저 내밀기 전에 우리가 더 적극적이어야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해마다 연초가 되면 희망이 보이기도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좋지 않은 일도 끼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당연히 기회는 확실히 잡아야 하고, 위기는 가급적 피하든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기업인들은 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경영을 한다. 최근 국내 한 연구소가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올 경제 전망을 보면 낙관적이기 보다 매우 비관적이다. 10곳 중 9곳이 경제 반등이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이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임이 분명하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산업경쟁력 약화를 원인으로 든 기업이 무려 70%나 된다. 그 다음이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11.2%)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미·중 무역전쟁으로 큰 가장 피해를 본 국가가 한국이다.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빗나갔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탓이다. 의외로 미·중 양국은 거의 피해보지 않았고, 베트남과 대만은 가장 이익을 많이 본 국가로 평가되었다. 일본도 중국 시장에서 선방하면서 우리보다 피해가 훨씬 덜 했다. 다행히 우려가 많은 미·중 무역전쟁의 1라운드가 합의 종료되었다. 2∼3 라운드가 계속되겠지만 연말에 미국 대선도 있고 해서 금년에는 소강상태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분쟁도 당분간 휴전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IMF가 올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3.4%에서 3.3%로 낮게 잡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회복 기대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선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실리 위주로 접근하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념이나 감정적 앙금 따위는 빨리 내팽개쳐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한한령(限韓令)도 3년 만에 풀릴 것 같은 조짐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예고되고 있고, 설 연휴를 전후해 중국 관광객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벌써부터 중국 수혜주(株)라는 것까지 등장하면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한동안 얼어붙었던 중국 비즈니스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한 폐렴’사태가 변수 요인이긴 하지만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일 간의‘댜오위다오 분쟁’ 사례에서 보듯 3년째인 올 해가 고비이다.


연초부터 中·日 관계 개선 물꼬 터질 조짐, 문 열고 경쟁과 협력하는 것이 생산적

일본과도 미세하지만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의 한류에 대한 관심이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이를 두고 ‘3차 한류 붐’이라고까지 지칭한다. 한·일 외교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일본의 10∼20대들이 전향적으로 치고 나온다. 이에 비해 우리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냉랭하다. 완화 기미가 있긴 하지만 일본 상품 혹은 관광 불매 분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다. 양국 정부의 관계가 껄끄러울수록 민간교류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의 일본 의존도 축소도 일본에게 보란 듯이 하는 것 또한 숙고해 볼 문제다. 일본과의 관계가 친밀할수록 이런 일들이 더 잘 된다. 이는 우리 산업계가 안고 있는 숙원이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고언이다.

금년은 우리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진단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 시장으로 다변화하자는 목소리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무역이나 기술이 하루아침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도 익히 잘 안다. 그렇다면 묵은 과제는 순리(順理)로 푸는 것이 맞다. 가까운 이웃이면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일본을 등지고 우리가 잘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이들과의 관계를 원상으로 복구하면서 우리의 글로벌 공급·가치 사슬을 점진적으로 재편해 나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서운함이나 적대감 혹은 괴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태생적으로 시장과 거기에서 파생하는 기회는 돌고 돈다.

분위기를 쇄신하려면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 만용이나 객기는 집어던지고 실사구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들어오는(Inbound) 경제와 나가는(Outbound) 경제의 길목을 재정비하고 우리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챙겨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나 질, 심지어 전략까지도 새롭게 끌어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다른 3년 내지 5년을 어렵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고 나서 손익계산을 해보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중국과 일본 정부도 한국과 더 이상 이런 냉각기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웃과의 교류가 많아져야 새로운 협력의 기회가 창출된다. 문을 닫고 하는 것보다 열고 하는 경쟁이 더 생산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