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선 실종' 우한폐렴 공포…"경제적 타격 가늠 힘들어"

2020-01-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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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 확산 계속…"중국 정부 발표 못믿는다"

"경제성장률도 끌어낸 2003년 사스 사태 연상시켜"

과거비해 6배나 규모커진 중국 경제 파급력 더 커

중국 우한(武漢)을 진원지로 한 신종전염병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 환자의 수도 급격히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국에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면적 확산이 멀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 가운데 WHO는 국제보건비상사태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 장기화할 경우 사스처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리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이 22일 베이징에서 '우한 폐렴' 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확진자가 총 440명이며 사망자는 9명이라고 밝혔다. [사진=EPA·연합뉴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자···"전면적 확산 가능성 높아"

'우한 폐렴'의 발생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중국중앙TV는 마카오 특별행정지구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대만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며 홍콩에서는 100여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중화권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확진자는 각각 1명이며, 태국은 22일 확진자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22일 오전에는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에서 시애틀로 온 여행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환자로 진단됐다고 밝혔다. 감염 경로와 타인 전파 여부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CDC는 미국 내 우한 폐렴이 확산할 가능성은 작지만 경계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DC 관계자는 "해당 환자 관리를 위해 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이라면서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중국 내 환자의 수도 급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리빈 부주임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440명이며 사망자는 9명이라 밝혔다. 전날 밤 11시의 318명 확진에 사망 6명에서 훨씬 증가한 것이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지난 17일까지 이미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우한 폐렴이 확산했으며, 우한 내 감염자 1343명과 다른 도시 감염자 116명을 포함해 중국 내 감염자가 이미 1459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목소리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사스 대응에 참여했던 싱가포르의 전염병 전문가 피오트르 클레비키는 "공식 발표된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실제보다 상황을 축소해 보고한 전력이 있으며,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콩 최고의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는 우한 폐렴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보도했다. 위안 교수는 "이미 환자 가족이나 의료진에 전염되는 전염병 확산 3단계를 넘어 지역사회에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약 30억명이 이동하는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를 앞두고 전 세계 보건 당국의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CNBC는 "국제보건기구(WHO)는 22일 전문가들을 소집해 현재 상황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하는 상황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21일 보도했다. WHO는 앞서 지난 2019년 동부 콩고에 발생한 에볼라로 2000명이 사망했을 때, 2016년에도 지카 바이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A가 번졌을 때 등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가운데 21일 베이징 서역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확산 땐 여행 등 서비스업 강타···사스 당시 실질 GDP 2%P 하락

일부 전문가들은 전염병의 등장이 가져올 경제적 타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2003년 사스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중국 주변으로 번지면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빅토리아 팬과 딘 재미슨, 로런스 서머스 등 경제학자들이 2017년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한 연간 손실은 대략 5000억 달러로 전 세계 수입의 0.6%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지난 2003년 중국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의 경제적 손실은 약 400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릭 린 UBS 증권리서치 헤드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2002년 무려 12%나 급성장했던 중국 국내 여행산업은 사스로 2003년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당시 여행기업들의 주가는 2003년 2월에서 6월 사이 주가가 최대 5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우한 지역 노선 비중이 높은 중국남방항공을 비롯해 중국동방항공, 중국항공 등의 기업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1월 10일부터 2월 18일까지 중국 항공 여행객은 7900만명에 달한다.

노무라의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팅 루는 "사스 사태로 인해 중국의 실질 GDP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무려 2%P 하락했다"면서 "성장률 하락은 교통, 운송, 호텔, 우편 등 서비스 분야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 비상이 걸린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지난 16일 한 여행자가 검역실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2003년에 비해 GDP 내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9%에서 59.4%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지난 2003년에 비해 중국 경제의 규모가 6배 정도 늘어난 상황이라 '우한 폐렴'이 확산할 경우 경제적 파괴력은 사스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금융시장도 우한 폐렴의 확산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1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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