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17일 정부가 유 전 회장의 네 자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에 쓰인 비용과 피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지분구조를 통해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이사를 임명했고 세월호의 도입과 증·개축을 승인했다는 점을 근거로 '세월호를 안전하게 운항하는지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져야 할 책임의 범위는 일부 제한했다. 수색·구조를 위한 유류비나 조명탄비, 인건비, 피해자 배상금, 장례비, 치료비 등 국가가 청구한 구상금 총 4600억원 가운데 3723억원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정조사나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운영 등 국가의 작용에 관련한 비용이나 공무원 수당, 추모사업 관련 비용 등은 구상권의 범위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비용 모두를 원인제공자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국가에 부여한 국민 생명 보호 의무 등을 모두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정된 총 3723억원 중에서도 유 전 회장이 책임질 부분은 70%인 2606억원으로 특정됐다.
나머지 30% 중 국가의 책임은 25%, 나머지 5%는 화물 고박 업무를 담당한 회사에 있다고 봤다. 정부의 사무를 맡은 해경의 부실 구조, 한국해운조합 등의 부실 관리 등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책임으로 인정된 2606억원은 상속인인 섬나·상나·혁기 씨 남매가 3분의 1씩 부담하게 됐다. 선주배상책임공제계약 등에 따라 먼저 공제된 부분을 제외하도록 해 실제 지급할 금액은 약 1천700억원이다.
다만 정부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49) 씨에 대해서도 구상금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대균 씨의 경우 적법하게 상속 포기가 이뤄졌다고 보고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국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지불한 각종 비용에 대한 책임 소재가 일부 결정됐으나 관련 법에 따라 아직까지 지출이 이어지고 있고 추가적인 예산 집행도 예정돼 향후 추가적인 구상금 청구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