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이 확정되면서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방송 편성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 만들어진 지 31년 만에 처벌되는 첫 사례라는 오명도 함께 갖게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재판관)는 16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원심에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 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첫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 의원은 개인적 친분이 있던 당시 보도국장에게 사적으로 부탁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방송법에서 금지한 편성에 대한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청와대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런 행위가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 가벌성(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토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대법 선고 직후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며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는커녕 또다른 상처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이 무겁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방송편성 독립 침해 혐의로 처음 처벌받는 사건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관련 법 조항에 모호성이 있다는 점, 그래서 다툼 여지가 있었다는 점, 보완점도 적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