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제거한 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국 기지에 미사일을 쏘았다. 무력충돌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보다는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11일 이란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상황은 또 반전됐다. 반미를 부르짖던 이란의 시위대는 반정부로 돌아서면서 이란의 정세가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주경제는 박승준 논설고문, 김세원 논설고문과 함께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초청해 지난 9일 긴급 좌담회를 열고 이란 사태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 참가자: 박승준 논설고문(이하: 박) 김세원 논설고문(이하 김)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하: 이)
박: 이번에 제거된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중국 내 이란 은행의 총책임자이자 소유자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때문에 이란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끊기 위해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이 위안화로 이란의 석유를 사고, 이란은 위안화로 러시아에서 무기를 사 왔던 고리를 끊어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주장이다. 이란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란 군부가 경제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대부분 솔레이마니를 야전 사령관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이란 경제도 손에 쥐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란은 전형적인 군산복합체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솔레이마니의 지위를 고려할 때 은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추론은 논리적이다.
또 이란이 40년 동안의 서방 제재 속에서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중국 덕분이다. 러시아는 인프라, 기간산업 분야에서 의존하고, 중국에는 생필품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국이 없으면 이란이 버티지 못한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이 중국 봉쇄와 맞물렸다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박: 솔레이마니가 이란 내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솔레이마니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 더욱더 적대적일까봐 미리 제거했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이: 솔레이마니는 이란 내 실질적인 서열 2위였다. 로하니 대통령이 헌법상 서열 2위이긴 하지만 솔레이마니는 군 통수권을 실제로 장악하고 있는 이였다. 특히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서방과의 핵합의가 파기된 이후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이미 로하니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솔레이마니는 당선이 유력한 후보였다. 미국의 일차적 목표는 다루기 힘든 차기 대권 주자 제거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제재 회피를 돕는 시아파 민병대나 헤즈볼라, 하마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없애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지난 9월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반군 후티가 무인 드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파괴했다. 사우디는 지난 1973년부터 미국에서 200조원 넘게 무기를 사들여 최강의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이것이 드론에 쉽게 뚫리자 사우디는 미국 방어체계에 큰 의심을 품었다. 그리고 미국이 이란에 제대로 보복하지 않았다. 양국의 우호 관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사우디는 미국에 의존해 현재의 무기체계를 유지하는 것 대신 미국에 더 의존하지 않고 강력한 정치적 중동의 라이벌인 이란과 정치적 화해를 진행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친척 왕조인 카타르를 지렛대 삼아서 이란과 화해를 추진하려고 했던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사우디의 화해 중재 역할을 이라크가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번 솔레이마니의 이라크 방문은 중요했는데 미국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그를 죽여버린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사우디-이란 화해 무드는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지금 보면 워싱턴은 사상자 없는 것을 강조하고 이란은 사상자가 80명이라고 한다.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는 오히려 이란 최고지도자에게는 이익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이: 사실 지금 미국도 그렇고 이란도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 14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민들 앞에서 보복 공언을 했고 또 보복해야만 했다. 사실 이란에서 공격하면 이번에 당한 두 기지가 가장 먼저 대상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는 다 예상했다. 그전에도 이라크 미군 두 기지(알라인 아사드, 아르빌)는 IS에 의해서 시도 때도 없이 공격당하는 기지였다. 왜냐면 공격하기 제일 쉽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들 기지가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도 미국에 사전에 통보를 해줬기 때문에 피해가 안 났다고 본다.
주목할 건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을 패트리엇으로 중간에 요격해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란이 선전플레이 할 수 있도록 그대로 나뒀다고 본다. 서로 언론플레이하고 상호 윈윈하는 식이 돼버린 거다.
또 지금 이란에 인터넷이 차단됐다. 그래서 이란 국민들은 ‘미국 내 이라크 기지가 거의 피해 없다’는 CNN이나 외부보도를 보기 힘들다. 이란에서는 200명 미국인을 죽였다고 홍보한다. 피의 보복이라는 것은 국내용으로 선전할 수 있다. 사실 피해 없는 것 같다.
박: 그렇다면 이란의 현재 군사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이: 사실 군사 수준은 엉망이다. 40년 이란이 제재를 받다 보니 생필품이 없고 민간항공기가 부품이 없어서 못 날 정도다. 크게 강하지는 않다.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은 아니다. 하지만 미사일 전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생존전략으로 미사일 전력을 키워왔다. 북한과 러시아의 기술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였다.
김: 트럼프 탄핵과 미국 대선정국과 맞물려서는 어떻게 보나?
이: 사실상 미국은 셰일 가스 혁명으로 이제 중동에서 더 수입을 할 필요가 없다. 고립주의로 돌아선 다음에 사실 이제 중동은 더 필요 없지만 그래도 빠지면 러시아 중국이 바로 들어오니까. 그래서 바로 빼기는 힘들고 천천히 빼려고 하는 것이 있다. 지금 있는 미군은 러시아가 공백을 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 중동에서 나갈 것이라고 본다.
또 이제 미국은 첨단산업이 기초다. 사실 원유가 사양산업이고 석유보다는 무기 수출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사우디에 무기를 계속 팔아야 한다. 그래서 러시아가 들어와서 미국 최대의 무기수입국인 사우디를 빼앗기는 것을 제일 두려워할 것이다.
박: 김정은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봤을 것 같나?
이: 제가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김정은이 많이 두려웠을 것 같다. 앞으로 미국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또 미국은 이제 두 개의 동시 전쟁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란이 확전되면 북한은 잘 지내야 한다. 이란과 북한은 미국에 동전의 양면이다. 예전에는 악의 축이라고 두 국가를 지목하면서 이란과 북한을 같이 놓고 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시각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북한과 이란이 예전에는 협력을 많이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이: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중시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교부 내에도 중동 전문가가 거의 없다. 지난 정부에 이란 국빈방문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동향은 없다.
그런데 사실 이란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란에서 대장금 히트하고, 한국상품 잘 팔리고 한다.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 많이 따는 게 한국-이란-터키 순이다. 태권도 보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긴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한국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괜히 먼저 나서 긴장 강도를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어떤 이란 사람들은 우리는 한국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우리를 적으로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상당히 아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좌담회 뒤 11일 이란이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의 책임을 시인해 중동 정세에도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희수 교수에 추가로 향후 방향을 물어보았다.
이 교수는 "첫째, 이란의 방공시스템이 정밀도나 정확도가 40년 미국제재로 많이 후진적이었던 것 같으며, 민감한 시기에 이란이 미국의 전투기 출격인 줄 알고 오인하고 민간항공기를 폭파한 것 같다"면서 "여객기 격추로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얻었던 국제적 동정표가 사라졌다. 반미로 뭉쳤던 이란 내 국내여론도 다시 갈라지고 있다. 여기에 사고 희생자 보상까지 고려하면 이란 경제에 더 큰 짐을 지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책임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