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올 들어 최대폭으로 증가하면서 연간 누적 증가액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쏟아진 대출 규제의 '약발'이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담대는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12월 기준으로 2015년(6조2000억원 증가) 이후, 월별로는 2016년 11월(6조1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이로써 지난해 누적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45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37조2000억원)과 2018년(37조8000억원)을 모두 웃돈 수치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집값이 크게 뛰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담대 증가세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상호 한국은행 과장은 "이번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달 발표된 부동산 대책 이전에 대한 계약 자금 흐름"이라며 "대출 관련 규제들이 2개월 정도의 시차가 필요한 만큼 1월이 '대출 비수기'라고 하더라도 증가세가 갑자기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은 1조6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를 막자 부족한 주택 자금을 카드론 등을 통해 채운 것이다. 기타대출 증가액은 12월 기준 2006년(1조7000억원 증가)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6조2000억원 감소했다. 통상 연말에는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으로 감소한다.
이 과장은 "주택 수요를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액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대출 관련 규제의 효과에 따라 대출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