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운, 반등 노리던 한국경제에 찬물 끼얹나

2020-01-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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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되면 유가 급등, 수출 위축 등 악재 예상


올해 회복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의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보복 공격 이후 세계 증시가 출렁거리고, 국제 유가가 5% 넘게 급등했다. 달러·원 환율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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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진정세를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9일 코스피는 전날 급락세를 딛고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전날 장중 13원 가까이 솟구쳤던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 후반에서 1160원대 초반을 오가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이란의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으며 무력 대신 경제력을 사용해 이란을 제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 등 세계 증시도 상승하고, 국제 유가는 상승분만큼 떨어지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9일 "트럼프가 연설에서 언급했듯 이제 이란 원유는 별로 필요가 없다"며 "이미 경제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은 길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가격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원자재 가격을 올리는 것은 수요·공급뿐만 아니라 투기적 자금의 영향이 큰데, 원유 재고가 지금처럼 많은 상황에서는 이런 투기적 자금이 가격 급등에 장기간 베팅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추가 경제재재가 가중되고, 이란 사태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리스크가 고조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 엔화로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환율 급등은 곧바로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유가도 큰 불안요소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를 일단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동 상황에 따라 80달러 선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혹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다면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해상수송 물량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원유수송의 핵심루트다.

사태 장기화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정유·화학업계는 물론,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해운업계까지 관련 업계에도 줄줄이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 교통, 전기·연료 등 생산자·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회복 조짐을 보이는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정부가 목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2.4% 달성에도 차질이 생긴다.

비상이 걸린 정부는 일단 이란 사태로 석유·가스 수급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민관이 보유한 2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석유 수요 절감 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시행해 수급 안정에 최선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미 공군기지 피해 상황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 AP=연합뉴스)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는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기부양 여력 제한, 미·중 패권경쟁 지속과 함께 3대 글로벌 경제 리스크로 선정했다. 9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한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0.2%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군사적 움직임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3~0.5%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로 심리 지표가 빠르게 둔화하고, 이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기적으로 미국 경제지표가 둔화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이는 세계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동정세 불안에 대한 해외시각 점검’ 보고서에서 “중동 불안이 단기·제한적 이벤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중동 내 반미 감정 고조,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중동 정세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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