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인사 파동①]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추미애 법무장관

2020-01-1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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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의견 들으란 법이, '듣고말라'는 말로 해석되는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8일 강행한 검찰 인사를 보면 그가 과연 판사 출신이 맞는지 의아해진다. 판사 업무의 핵심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그 해석과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과 관행, 입법 취지다. 이런 사실을 판사 경력 10년인 추 장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아마도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번에 상식도, 관행도, 입법취지도 죄다 걷어차 버렸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위원회 개최를 불과 30분 앞두고 윤석열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했다. 인사에 대한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장관 일정도 비워 놓고 윤 총장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윤 총장은 거부했다. 법무부가 인사 안을 다 짜놓고 인사위원회에 올리기 직전 검찰총장을 부른 것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9일 국회 법사위에서 "윤 총장 의견을 들으려고 인사위원회가 끝난 뒤에도 6시간이나 기다렸으나 윤 총장이 오지 않았다"며 "윤 총장이 제 명(命)을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청법 제34조에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되,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한다’고 돼 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는 말 그대로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지 ‘협의해서’ 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추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정말로 그런 뜻이라면, 그저 의견을 듣고 말 것이라면, 왜 굳이 그런 규정을 뒀겠는가. ‘의견을 들어’라는 말은 의견을 듣고 존중해서 반영할 것은 반영하라는 말이다. 검찰총장과 협의해서 하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이건 길게 따질 것도 없는 상식적 판단이다.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라는 규정이 들어간 취지를 보면 그 뜻은 더욱 분명해진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8월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송광수 검찰총장 의견을 배제한 채 인사를 했다. 송 총장은 두 달 뒤 국정감사에서 “검사들이 인사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소신 있게 수사를 하지 못한다”며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검사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인사의 객관화와 공정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 검찰 인사 문제 협의를 법률상 명문화해야 한다”며 법무부에 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에 2004년 1월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규정이 추가됐다.
이 규정이 생기기 전에도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상의해서 하는 게 관례였다.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를 지휘 감독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을 존중해 일방적으로 인사하지 않고 검찰총장과 상의해서 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검찰청법 규정은 이 관행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다.  추 장관이 정말로 윤 총장 의견을 들을 생각이 있었다면  인사 초안을 만들어 이걸 갖고 윤 총장과  협의하면서 최종 안을 만든 뒤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인사 안을 다 짜 놓고 나서 윤 총장한테 할 말 있으면 와서 해보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검찰청법 취지를 존중하는 처사가 아니다.

만약 추 장관이 판사로서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가 무슨 뜻인지를 다투는 재판을 맡았다면 ‘그냥 듣는 것’이라고 판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추 장관 스스로 이번에 얼마나 억지를 부렸는지 잘 알 것이다. 그런 억지로 어떻게 검찰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인사 결과를 보면 추 장관이 왜 이런 억지를 부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윤 총장과 손발을 맞춰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을 모조리 잘라 검찰의 현 정권 수사를 좌초시키려는 의도임이 뻔하다. 검찰을 장악하고 윤 총장을 무력화시키려는 속셈임이 훤히 보인다. 그런 인사를 하자니 윤 총장을 인사에서 배제해야 하고 그래서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추 장관의 법 절차 무시 인사에 자유한국당은 물론 정의당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추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 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장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한 추 장관을 향해  “추미애 장관, 당신이 국민의 명을 거역한 겁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건 당신들입니다. 바로 당신들이 도둑이에요"라고 썼다. 

인사권을 무리하게 휘둘러 검찰 수사권을 무력화시킨 이번 추미애 인사 파동은 현 정권의 '국정 농단'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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