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2019 신흥국 증시
지난해 한국 증시가 심하게 요동친 것과 달리 글로벌 증시는 순항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증시의 경우 다우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모두 20~30%가량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31일엔 다우(2만8538.44), S&P 500(3230.78), 나스닥(8972.60) 모두 상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미국과 함께 선진국 증시도 활기를 보였다. 유럽의 유로 스톡스600 지수(23%),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22%), 일본 닛케이225 지수(18%) 모두 지난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등생'으로 꼽힌 신흥국들로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이 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해 32%가량 오르며 4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러시아 RTS 지수는 고유가 등에 힘입어 43%가량 올랐다. 인도 센섹스 지수도 14%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베트남과 한국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신흥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동안 베트남 호찌민 주가지수(VN지수)는 지난해 8%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 투자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펀드 23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7%로, 해외 지역 투자 펀드들 중 가장 저조했다.
2010선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도 연달아 악재를 겪으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며 2016년 이후 3년 만에 코스피가 장중 1800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며 2200선까지 올라왔지만 연간 상승률은 약 8%에 그쳤다.
◆브라질·중국·베트남에 거는 기대
올해에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을 더 기대해 볼 만 하다.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글로벌 경기 개선, 달러 강세 둔화 등으로 글로벌 자본이 신흥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데이빗 베르토키 베어링인터내셔널 및 월드주식 투자그룹 대표는 "미국 주식은 지난 10년간 양호한 경제 성장과 실적 증가, 법인세 인하 등에 힘입어 양호한 성과를 시현했다"며 "그러나 해당 호재 중 다수는 소멸될 것이고, 2020년에는 미국 이외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대표 역시 "달러 약세를 바탕으로 신흥국 주식과 채권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BII)의 벤 파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전망 보고서에서 신흥국과 위험자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무역에 의존적인 지역과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며 "채권보다는 주식을, 미국과 유럽보다는 일본과 신흥국의 주식이 더 낫다"고 밝혔다. 주목할만한 국가로는 브라질이 꼽힌다.
지난해 이미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경제 여건이 개선되며 올해도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경제 여건은 최악을 벗어나고 있으며 이런 시기에는 주식이나 채권 모두 유리하다"며 "올 상반기까지는 브라질에 대한 관심이 유효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무역 갈등이 봉합된 중국도 유망 투자처로 거론된다. 실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흥국 주식에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가치 평가 부담은 중국 증시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베트남에도 주목해야겠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개정 증권법, 거래소의 신규 지수 발표 등 제도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외국인 매입 가능 지분 한도 소진으로 일부 대형주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증권법 이후 규제 업종인 은행주로 외국인 순매수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