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계속되는 ‘싱크홀 공포’…예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필요

2020-01-05 12:00
  • 글자크기 설정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난 12월 21일. 일산시내 한복판의 도로가 갑자기 내려앉았다. 이른바 대형 '싱크홀'로 불리는 땅꺼짐 현상.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루 수만대의 차량과 인파가 지나다니는 일산서구 백석동 중앙로는 폭 5m, 길이 20m, 깊이 0.5m의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이날 사고로 날벼락을 맞은 곳도 있다. 사고로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인근의 한 교회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인 크리스마스 예배를 망쳐버렸다. 한달 전부터 성탄행사를 준비했던 교회 내 어린이집 원아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전히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산은 사실은 '구도시'다. 조성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지반이 약하다는 점과 1980·1990년대의 '날림공사'로 인한 문제까지 겹쳤다. 

싱크홀 현상이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시내 한복판을 비롯해 그 어느 곳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두려움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백석동 도로에 20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싱크홀에 대한 공포

일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성명준씨(24)는 “운전도 하고 백석으로 다니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반이 무너질까 봐 불안하다”며 “대로변에 균열이 있었다는 소리도 들었고, 중앙로에도 피해가 있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로는) 광역버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 다니는 일산의 중요한 줄기인데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고양시는 이 싱크홀이 지하 4층 터파기 공사 중 슬러리월 이음부위에 누수발생으로 지하수토사가 유입되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산에서 싱크홀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싱크홀이 발생한 전력이 있다.

2016년 4월 일산동구 중산동에 있는 주택가에서 7m 깊이의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고, 같은 해 7월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60대 여성이 싱크홀에 빠져 다치기도 했다. 2017년에도 일산의 중앙로 도로 한가운데가 길이 30m에 달하는 균열과 함께 인도 땅이 주저앉으면서 길이 3m, 폭 10㎝ 정도 싱크홀이 생겼다.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7)는 고양시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늘 지나다니던 길이라 불안한데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시에서 잘 관리했으면 이런 문제가 안 일어났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청 측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땅꺼짐 현상이 확산하지 않도록 조치했고 현재 공사는 중단한 상태로 복구에 대한 공사만 진행 중”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일산의 지반 특성을 고려해 지하 3층 아래 구간의 지하층 공사를 제한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3일 일산 중앙로의 싱크홀을 복구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동근 기자]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싱크홀' 막는다

싱크홀 문제는 일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갑작스런 '땅꺼짐'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초봄 해빙기는 물론 여름 장마철, 가을과 겨울 등 발생 시기도 여러 시점에 분산돼 있다. 문제는 원인조차 불분명하다는 점. 

전문가들은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을 ‘지반’, ‘상·하수도 노후화’, 그리고 부실공사로 인한 ‘시공상 문제’ 등 다양한 곳에서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공사 전 지하공간에 대한 조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경주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물에 닿으면 녹는 암석으로 된 지반이라거나 하천 근처에 있어 침식이 잘되는 지반 등 다양한 토질을 가진 지반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시공 때부터 조사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조사를 자세히 하지 않는 것도 싱크홀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노후화가 진행되며 싱크홀은 더 늘어날 텐데 현재는 지반위험 지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라며 “예산을 들여 노후화를 포함한 지반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산은 싱크홀이 생기기 쉬운 연약지반이다.

이 교수는 “일산의 경우 지질이 강가로 이뤄져 있는 연약지반이지만 기초공사를 제대로 한다면 사고 방지가 가능하다”며 “지하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공사를 하는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지형물을 제대로 알 수 있는 3D 지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일본 등에는 이미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는데 우리는 잘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크홀 문제는 일산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전국에서 싱크홀 현상이 총 4580건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898건,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828건, 2017년 960건으로 전국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오류투성이의 ‘국토부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사업’

국토교통부는 싱크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부터 지하공간통합지도를 구축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하통합지도는 2014년 송파구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시작하게 됐다. 굴착 공사를 하면 10m 이상은 지하안전역량 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지도를 활용하자는 취지다. 추후 지하개발 또는 주요 굴착을 수반하는 사업 등에도 활용해 지도이용범위를 넓힐 생각도 있다. 현재 이 지도는 25개시에 대해 구축이 완료됐다.

그러나 이 지도는 오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사업 현황 및 시설물별 데이터 신뢰성’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에 제출한 전력계통 지하지도의 심도(깊이) 오류는 61.9%, KT가 제출한 통신선의 심도오류도 40.1%에 달했다. 수송관 심도의 평균 오류는 전력 31.7%, 통신 25.4%, 열수송 20%에 달했다.

국토부 측은 아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데이터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원천데이터에 오류가 있다고 했다. 관련 기관들에 요청해 자료를 받아서 만들고 있는데 받은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해당자료(지질 관련)들이 국토부 측으로 모두 모이는 것도 아니며 관련 기업에 정확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근래에 매설되는 관의 경우 국토부 측에서 측량과 심사평가 등을 하고 있어 (정확도가) 괜찮지만 20~30년이 된 자료는 종이 지도로 표기돼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통합지도 구축 쪽에 지질 전문가가 없는 상태라고도 말했다.

이에 윤관석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지하시설물통합지도 등 지하시설물 정보 정확도 개선을 위해 전담 기관 지정, 민간 기술지원, 정확도 개선 요구권 등을 담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 측은 “(국토부가) 해당 시설물과 데이터 관리 주체인 한전(전력계통 지도), KT(통신계통 지도), 지역난방공사(열 수송관 지도) 등에 오류 수정을 요구했는데, 법·제도적 권한이 없어 수정이 어렵다고 해서 이를 의무화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실 국토부에서 지하통합지도를 만든다고 하는데 사실상 부서 안에 해당 업무를 하는 사무관 1명 정도가 있는 상태로 현재는 관련된 전담기관이 없다”며 “관련 내용은 환경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의 협업이 필요한 만큼 일정한 규모를 갖춘 관련 기관을 만들어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딥러닝'으로 싱크홀 예방

시스템한국정보기술학회 하계종합학술발표논문집에 실린 최진창, 김진술의 논문 ‘싱크홀 예방 및 진단을 위한 모니터링’에 따르면 “IoT(사물인터넷,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 센서를 이용해 누수량, 도로 위 동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위험단계를 즉각적으로 확인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해야한다”며 “이를 통해 싱크홀 우려지역 또는 지반함몰 발생지역을 능동적으로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딥 러닝(알고리즘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도록 하는 기술)을 통해 싱크홀을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도 있다. 노승환, 남 부 호아이, 최복길, 뉴옌 만 둥 등이 한국정보기술학회논문지에 발표한 ‘딥 러닝과 데이터 결합에 의한 싱크홀 트래킹’에 따르면 “딥 러닝과 데이터 결합으로, 싱크홀 추적알고리즘 등을 통해 싱크홀이 실시간으로 추적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연구에서 제안된 시스템은 싱크홀을 탐지하기 위해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