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이 조 단위 상장 밸류를 인정받으면 SK㈜에 대한 재평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SK㈜ 기업가치가 탄력을 받으면 SK텔레콤 인적분할에 이은 합병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SK㈜ 자회사로 변모한다. 자금동원력이 강해지면서 SK그룹은 새 역사를 예고하고 있다. 만년 저평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지주사 가치제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현금창출력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지배구조 내 위치를 재배치해야 한다. 지난해 SK텔레콤이 공식화한 중간 지주사 전환도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탈바꿈하는 묘수다.
SK텔레콤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박정호 사장의 ‘물적분할론’이 우세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MNO) 사업 분리 후 중간지주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물적분할 후 지주사 변모로 본업 영향이 낮아지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었다.
현재 SK텔레콤이 추진해온 중간 지주사 전환은 답보 상태다.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삼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게 간단치 않다. SK텔레콤 측은 중간 지주사 전환 등 다양한 방식 지배구조 재편과 최적의 실행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그룹사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설계자가 가장 중시하는 건 단연 오너 지분율이다. 지주사 전환 때 주식교환처럼 오너 측 지분율을 높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분 희석만큼은 피해야 한다.
결국 SK바이오팜 상장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인적분할로 무게가 실렸다. SK텔레콤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뉜 후 투자부문을 SK㈜와 합병하는 것이다. SK㈜ 가치가 오르는 만큼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에게도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오너 측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합병 전까지 SK㈜의 기업가치(주가)를 키워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SK바이오팜 IPO는 단지 계열사 1곳 상장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인 데다 상장 밸류로 5조원 안팎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초 IPO 성사가 가시화되면 SK㈜가 보유한 SK바이오팜의 지분 가치가 계속해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SK㈜는 SK바이오팜 투자회수(구주매출)에 맞춰 특별배당까지 예고했다. 직접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인 만큼 역시 SK㈜ 주가 부양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SK㈜는 최근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방안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키우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IPO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SK㈜와 SK바이오팜 전략 라인에서 상장주관사 세부 전략과 실무 작업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증권업계는 SK바이오팜 기업가치를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등에 따라 5조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