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8-9]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 첫 소절부터 일본식 표현

2019-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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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다 바다가 먼저 나오다니? 동해 물이 ‘마르다니’? 백두산이 ‘닳도록’?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작사·작곡자의 성향보다 애국가 안에 담긴 정신이 더 중요하다 -백범 김구
 
∙ 배움(學)이란 뭔가? 깨닫는 거다. 깨달음(覺)이란 뭔가? 그릇됨(非)을 깨닫는 거다. 그릇된 건 어떻게 깨달을 건가? 평소 사용하는 말(言)에서 그릇됨을 깨달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 『아언각비(雅言覺非)』
 
∙ 학문(學問)은 '물음'을 배우는 것이지 '답'을 배우거나 기록 암기하는 '학답'(學答)도 '기답'(記答)도 아니다. 학문은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 문협 강효백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작사한 노르웨이 국가

노르웨이 국가
<그래, 우린 이 나라를 사랑한다>Ja, vi elsker dette landet
-마르티누스 비에른손(190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작사

그래,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 견고한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가 풍랑에 ‘닳아도*’
수천수만의 사람과 이 나라를
사랑한다, 사랑하고 생각한다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꿈과 전설이 수놓은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래,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지난 11일 노르웨이 국회가 '그래, 우린 이 나라를 사랑한다' 를 노르웨이 공식 국가로 입법했다. 이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국가가 법령에 없는 나라는 한국, 영국, 스웨덴 뿐이다. 하지만 군주국인 영국과 스웨덴은 왕실가가 국가를 대신하고 있다. 국민 모두 주인공인 민주공화국에 국가 상징 중 가장 중요한 국가를 법도 아닌 훈령(이명박 대통령)으로 정한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하나뿐이다.

<그래, 우리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를 노르웨이 공식국가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킨 노르웨이 의회 2019년 12월 11일: [사진=노르웨이 인터넷 뉴스사이트]


또한 우리나라 애국가 첫 소절의 ‘마르고 닳도록’ 말고 세계 국가 가사에 '닳도록'이란 마멸의 수사법이 들어간 국가는 노르웨이 국가 가사뿐이다.

노르웨이 국가 가사는 1903년 당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작사한 것이다. 때마침, 1907년 윤치호 또는 일제가 ‘애국가’ 작사시 표절 가능성을 탐색, 예의주시하던 차에 이런 뉴스가 떠서 반은 놀라고 반은 신기하다.

글은 글에서 나오고 책은 책에서 나온다. 애국가를 톺아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근 백년 간 수억, 수십억 차례 읊어왔던 운문인 애국가 가사에 대한 선행 연구는커녕 짤막한 감상평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참 묘하고 너무 부끄럽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국가를 전수 분석해보니 세계 대다수 나라는 자국의 상징이자 영혼의 노래, 국가를 그 나라 최고의 문학에 최고의 음악을 곁들여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즉, 글로벌스탠더드 국가의 분야별 중시 비중 순위는 대개 다음과 같다고 분석된다.

1-①순위: 가사 후렴(코러스), 1-②순위: 가사 1절, 1-③순위:가사 2절 이후
2순위: 법적 지위 근거
3순위: 음악(멜로디)
4순위: 작사자
5순위: 작곡자

“작사·작곡자의 성향보다 애국가 안에 담긴 정신이 더 중요하다”라는 백범 김구의 말씀대로 가사에 그 나라의 정신을 담을 수 있기에 세계 각국은 가사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가장 후순위인 작곡자 부문 즉 안익태의 친일성향 논쟁에만 수십년 째 그것도 간헐적으로 몰입하고 있다. 4순위 작사자에서 1순위 가사는 절대 성역인가? 근처에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1955년 7월 28일 국사편찬위원회는 애국가 작사자를 ‘윤치호 확정 11 대(對) 미확정 2’로 압도적 다수로 윤치호로 결론을 내렸다. 그 후 1년간의 심층적 검증을 거쳐 1956년 8월 31일 윤치호로 최종결론 내렸다고 일간지에 공식발표까지 했다(국도일보 1956년 8월 31일자 2면).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군사 쿠테타 이후 윤치호의 매국 행위를 정당화하는 움직임과 더불어 안창호 작사설을 비롯하여 민영환, 최병헌, 김인식, 윤치호와 안창호, 윤치호와 최병헌 합작설 오만가지 작사설로 물타기와 초점 흐리기 해왔다.

가장 중요한 가사 부문은 안창호 선생이 작사했는 데, 더 토 달지 말고 이의 제기 말라는, 진정한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을 오히려 욕되게 하는 일방통행 방약무인 오불관언 태도로 일관해오고 있다.

◆ 산보다 바다가 먼저 나오다니?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첫 소절부터 일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섯 개의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애국가 말고 바다가 산보다 먼저 나오는 우리나라 노랫말이 있는가? 아무리 궁리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산과 바다’, ‘산하’, ‘산수’, ‘요산요수’(樂山樂水) 등등.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와 중국 어법에 산이 먼저 나오지 물이나 바다가 먼저 나오지 않는다. 제아무리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산과 바다’라 하지 ‘바다와 산’이라 하지 않는다.

네이버에 ‘산과 바다’와 ‘바다와 산’을 넣고 검색해보니 전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후자는 거의 없고 일본 관광지를 소개할 때나 간혹 나온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산과 바다 (山與海, 山和海)와 바다와 산(海和山, 海與山)을 넣고 검색해보니 전자가 압도적 다수, 후자는 거의 없다. 간혹 있어도 타이완의 자료에 아주 드물게 나온다.

그런데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에 ‘海と山’(바다와 산)을 넣고 검색해보았다. 놀랍게도 사진은 약 2억9000만장, 동영상은 약 334만편이나 나온다. ‘山と海’(산과 바다)의 2억4000만장, 동영상 311만편 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이는 육지보다 해양을 중시하는 섬나라 일본 고유의 화법이다. 더구나 동해는 일본에 접해있어 익숙하고 백두산은 일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생소한 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서 산(山)과 해(海), 또는 산(山)과 물(水)이 같이 들어있는 한·중·일 동북아 3국의 사자성어를 비교해보자.

반도국 한국과 대륙국가 중국의 사자성어는 ‘인산인해’(人山人海),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비롯 ‘산 먼저, 바다 다음’의 사자성어가 대다수다.

반면, 대조적으로 해양국가 일본은 ‘바다 먼저 산 다음’의 오는 사자성어가 많은 편이다. 특히 한·중 양국에는 전혀 없는 일본만의 사자성어도 적지 않다. 그 중 ‘해천산천’(海千山千, 우미센 야마센)은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맛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오늘날 일본인이 즐겨 쓰는 일상용어다.

또, 애국가의 첫소절처럼 ‘물이 마르고 산이 닳는’ 기괴한 어감의 일본스러운 사자성어도 있는데 ‘수궁산진’(水窮山尽)과 ‘잉수잔산’(剰水残山)이다. 전자는 물이 마르고 산도 닳은 지경으로 헤쳐 나올 수 없는 절망적 처지, 후자는 마른 물과 닳은 산처럼 전쟁후 남겨진 황량한 산하, 망한 나라의 처량한 풍경을 뜻한다.

◆동해 물이 ‘마르다니’?

애국가 첫 구절의 문제점은 ‘동해’나 ‘백두산’ 고유명사로 이루어진 주어보다 ‘마르고’와 ‘닳도록’ 서술어에 있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기사」에 동해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삼국 건립 이전인 기원전 59년부터 썼으니 2000년도 넘은 것이다. 통일신라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에도 동해는 ‘동해’였다. 왕조가 변하고 국정이 변해도 동해의 이름은 변하지 않았다. 당연히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모든 지도에는 동해로 표시돼 있다. 유럽에서 만든 지도에도 ‘동해’, ‘한국해’, ‘조선해’, ‘오리엔탈해’ 등으로 표기했다. 일본이 ‘일본해’ 명칭에 집착하는 저의는 일본제국주의 시절 동해가 ‘일본의 내해’였기 때문이다. 애국가가 작사 1907년에는 당연히 동해로 불렀다.

그런데 동해 물이 마르다니? 한국인 어느 누가 바다를 ‘마르고’ 라고, 산을 ‘닳도록’이라고 표현하나? 이처럼 을씨년스러운 살풍경한 묘사는 정상인은 물론 반어법을 즐겨 구사하는 문학가조차도 엄두도 못할 것 같다.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가사를 전수분석해 보았으나 ‘마르다’라는 의미의 단어(더구나 서두에) 애국가 가사 외에는 아직 찾지 못했다. .

◆백두산이 ‘닳도록’?

특히 우리 선조들은 백두산을 등반할 때는 오른다고도 하지 않고 든다고 했다. 작사자가 한민족이라면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감히 ‘닳도록’ 이라 표현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건 반어법이 아니다. 작사자의 한국에 대한 혐오와 저주의 변태 가학성 심리마저 감지된다.

세계 193개국 유엔회원국 가사에서 ‘닳도록’이라는 표현은 앞서 말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에른손이 작사한 노르웨이 국가 “바위가 풍랑에 ‘닳아도' 수천수만의 사람과 이 나라를 사랑한다”에 단 하나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닳아도’는 한국의 ‘닳도록’ 과는 모든 게 다르다. 노르웨이는 보통명사 ‘바위’인 반면에 한국은 고유명사 그것도 한국의 대표 성산 ‘백두산’이다.

◆주어A+주어B, 서술어a+서술어b의 낯선 문장구성?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문장구성은 ‘주어A+서술어a, 주어B+서술어b’ 다. 굳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기괴한 서술어를 쓴다면 ‘동해 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해야 정상이다. 솔직히 천성이 미련한 필자의 어린 시절 애국가의 첫소절부터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몹시 힘들었다.

◆애국가의 첫 소절부터 어둡고 침울한 표현을 써야 하나?

최초는 영원한 최고다. 처음이 제일 중요하다. 다음은 24개 나라 국가 첫 소절이다.

한국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과 비교해보라. 어둠과 밝음, 침울과 명랑, 소멸과 생성, 소극과 진취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한국: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미국: 오, 그대는 보는가, 이 새벽의 여명을
중국: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아!
러시아: 러시아 — 우리의 장엄한 국가여,
프랑스 : 일어나라 조국의 아이들아,
독일 : 권리와 자유 우리는 단결하자 모두 손을 잡고
브라질 :이피랑가의 둑에 영웅들의 함성이 들린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형제들이여, 이탈리아가 일어났다.
아르헨티나: 시민들이여 들어라, "자유!, 자유!, 자유!"
노르웨이 : 그래, 우린 이 나라를 사랑한다.
루마니아 : 깨어나라, 루마니아인이여
말레이시아 : 나의 나라 나의 피로 세운 땅
몽골 : 우리의 신성한 자주 국가는
베트남 : 군대여, 전진하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벨기에 : 우리의 피를 그대에게, 조국이여!
에스토니아: 나의 조국, 나의 즐거움이자 기쁨이여!
이란 : 해 뜨는 동쪽 하늘 지평선 위로
카자흐스탄: 금빛 태양의 하늘, 금빛 씨앗의 초원
콩고: 오늘 아침 해가 뜨니 우리의 콩고가 빛난다.
포르투갈: 바다의 영웅, 고귀한 민족, 불멸의 조국이여
폴란드 : 폴란드는 우리가 살아가는 한 죽지 않는다.
핀란드 : 오 우리나라, 핀란드, 황금빛 이름이 울리네!
필리핀 : 아침의 나라 동쪽 나라에 가슴의 불이 타오른다
호주 : 기뻐하라 호주인이여 우리는 젊고 자유롭다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의 부정적 소멸적 댓구?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 “군주의 치세는 천대부터 팔천 대까지 작은 조약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짧고 가장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국가로 이름 높다.

하지만 “조약돌이 바위가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 의 긍정적∙성장적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애국가의 서두는 기미가요의 대구처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부정적∙소멸적 어감의 대구(對句)로 시작한다. 이는 마치 애국가 3절 “밝은 달은 우리가슴 일편단심일세” 자국을 ‘해’아닌 ‘달’로 비유한 동서고금 유일한 국가 가사처럼 '한국 달'이 위성으로 마치 항성인 '일본 해'의 빛을 받아야 생존하고 움직이는 의존적이고 기생적이고 치욕적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만주 괴뢰국 국가작사자는 명의만 중국인 총리였으나 실제는 일본인이 작사한 것이다. 한국의 애국가도 일본인이 작사하고 명의만 한국인 윤치호(작사 당시는 한국인 지도층)를 빌린 것은 아닌지?

애국가 작사자는 일본인이거나 뼛속까지 일본을 사랑하여 영혼마저 일본인이 된 사람이 작사한 건 아닐까? 애국가 작사자가 진짜 한국인이라면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지 않고 “백두산이 하늘까지 닿고 동해 물이 태평양이 되도록” 작사해야 정상이지 않을까? 수 많은 물음표들이 애국가를 톺아보면 볼수록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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