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6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뱅가드그룹의 조셉 데이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일 블룸버그와 한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내년에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50%라고 진단했다. 보통 조정은 전 고점 대비 낙폭이 10%에 이르는 걸 말한다. 낙폭이 20% 이상이 되면 약세장에 돌입했다고 본다. 뉴욕증시는 약세장 문턱까지 갔던 지난해 12월 이후 조정을 겪지 않았다.
데이비스는 "금융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경기회복을 과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가 내년에 평소보다 큰 투매 리스크(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스는 투자자들이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에 너무 비관적이었다면, 내년에는 리플레이션(reflation)을 너무 낙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플레이션은 낮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정책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간단히 통화재팽창(정책)이라고도 한다. 리플레이션을 낙관한다는 건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진다는 얘기다.
그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이 3% 수준의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반영하고 있지만, 3%대 성장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데이비스는 또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서 다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증시의 가격 수준이 이미 높아 당장은 가치주 투자를 고려해볼 만 하지만 내년에 더 나은 시장 진입 기회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며 대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블룸버그는 뱅가드 외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과도한 낙관론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지만, 내년에도 올해 같은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7일 발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역대 최대폭 올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보유한 현금이 6년 만에 최소로 줄고, 주식 투자 비중이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RBC캐피털마켓의 12월 기관투자가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를 약세론자라고 여기는 이들의 비중이 지난해 3분기 이후 최저인 15%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올해 증시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 연이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비관론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경기불안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을 촉발해 오히려 증시 반등을 주도했다.
블룸버그는 전날 1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반전이 일어나지 않으면, 올해 전 세계 자산이 10년 만에 최대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27.5% 뛰었고, 글로벌 증시는 22.9% 올랐다. 신흥국 증시도 14.1% 상승했다. 증시뿐 아니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4.0%, 금은 15.0%, 신흥국 달러 표시 국채가 12.3% 뛰는 등 대부분의 자산이 골고루 높은 수익률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