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몸집을 불려나가며 재계 17위권 종합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HDC그룹은 향후 인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한 포지셔닝 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은 범 현대가의 일원으로, HDC현대산업개발 및 HDC를 모체로 한 기업집단이다.
정 회장은 198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후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맡았다. 이어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오른 이후 HDC그룹을 자산 규모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5월에는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옛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나눴다.
정 회장은 ‘아이파크’라는 주택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하며 건설부분을 그룹 내 주력업종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아이파크는 전국 사업장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나가며 주택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주택업황의 경기불확실성 등으로 꾸준히 사업 다각화 작업을 펼친 결과 HDC그룹은 아이파크몰, 스포츠(축구단), 영창(악기), HDC신라면세점, 아이앤콘스(부동산관리 서비스) 등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부동산 플랫폼인 부동산114를 인수했으며, 지난 6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오크밸리도 인수하며 리조트 부문을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달에는 아시아나 항공 우선인수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5000억원의 입찰금액을 써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었다.
국내 대기업 자산 순위 기준 33위인 HDC그룹은 자산 규모 1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재계 17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의 중심이 건설업에서 유통·물류 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설업 중심의 HDC가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의문의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윤호 DB증권 연구원은 "HDC그룹이 영위하는 일부 사업과 항공업 간 시너지는 존재할 수 있지만 그룹의 중심축인 건설, 특히 디벨로퍼와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 개발업체로의 변화를 꾸준히 꾀하는 기업인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기존 전략이 다소 모호해졌다"고 평가했다.
재무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HDC현산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수시 평가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인수금융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우수한 재무안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범현대그룹 계열사와 아시아나항공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수령, 매각사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어느정도 불식될 전망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직접 범현대가 그룹 최고책임자에게 MOU를 요청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범현대그룹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서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종합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종합모빌리티그룹의 방향성과 비전제시가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그룹의 중심이 건설에서 항공으로 옮겨가는 만큼 새로운 포지셔닝 정립을 위해 고민할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HDC그룹은 과거와 같은 건설업체가 아닌 전반적인 분야를 영위하는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며 “건설업의 외형이 축소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의 중심축이 움직이는 만큼 종합그룹으로의 적절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