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음식점 생맥주 배달을 허용한 지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배달 생맥주 위생문제는 관련 규제 없이 사각지대로 남아있어 소비자 불만도 여전하다.
18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음식과 함께 생맥주를 별도의 용기에 담아 배달하는 행위와 관련, 용기 재사용 등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소비자가 치킨과 함께 생맥주를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맥주는 카스나 테라 등을 담고 용기는 콜라나 생수병을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해당 용기를 몇 번이나 재사용했는지, 세척은 깨끗이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미국의 한 방송사는 재사용되는 빈 페트병에서 보통 수영장의 20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현행법상 배달용 생맥주는 주문 즉시 추출해 담아야 한다. 미리 나눠 포장해 보관했다가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요기요’ 등 배달 앱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치킨과 함께 생맥주를 주문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맥주 탄산이 다 빠진 채로 물통에 담아왔다거나 뚜껑에서 쉰내가 났다는 등 뿐만 아니라, 배달 다녀오는 길에 빈 페트병을 주워와 재사용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충격적인 경험담도 등장했다.
비비큐(BBQ)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생맥주 전용 위생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소기업 가맹점이나 일선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처럼 비용을 들여 전용 생맥주 용기를 갖추기 쉽지 않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이 맥주 할인행사를 활성화하면서 생맥주 시장 자체도 줄었다.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본사에서 생맥주 배달을 권장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규제도 없어 별다른 위생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달 생맥주에 대한 위생 점검은 관할청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는 기재부가 했지만, 관리는 식약처와 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페트병 생맥주 위생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식당에서 파는 금액하고 비슷한데 차라리 나가서 사 먹는 소비자가 훨씬 많다”며 “환경부는 페트병 맥주를 없앤다는데, 배달용 생맥주는 페트병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어떤 경로든 쓰레기로 배출된다”라고 지적했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지난 7월 9일부터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하고, 소비자가 음식과 함께 부수적으로 생맥주를 주문할 경우 배달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미 많은 수의 영세 자영업자가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아 배달 판매하고 있어 ‘뒷북 행정’이란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