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홍콩 정치 평론가 앨리스 우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실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서다.
일국양제는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 정부는 특별행정구인 홍콩·마카오에 대해 일국양제에 따라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홍콩, 마카오에서의 일국양제 실험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대만과도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한다는 계획이었다.
◆中, 마카오 '일국양제' 성공사례 띄우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4일 1면 헤드라인 기사에서 “일국양제의 성공적 실천으로 마카오는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칭찬했다. 기사는 "지난 20년간 마카오는 일국양제의 전설을 써 내려갔다"며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지 속 마카오 동포들은 30㎢의 조그만 도시에서 역사상 최고의 발전을 구가했다"고 자평했다. 일국양제의 거대한 우월성과 강대한 생명력을 보여줬다고도 했다.
112년간 포르투갈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마카오는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 20년간 일국양제 방침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적표를 보여줬다.
마카오 전체 면적은 32.8㎢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종로구 면적보다 조금 큰 정도다. 인구는 67만6000명으로 홍콩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주권 반환 후 20년간 마카오 국내총생산(GDP)는 수치로만 보면 8배 증가해 지난해 4249억 파타카(약 61조60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GDP는 1만5000달러에서 지난해 8만3000달러(약 9600만원)로 급등, 룩셈부르크·스위스에 이은 3위다.
마카오 지역 실업률은 1~2%로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마카오 주민은 매년 현금 보너스도 두둑히 받고 있다. 영주권이 있는 주민은 1인당 1만 파타카를, 영주권이 없어도 6000파타카를 지급한다. 사회 복지차원에서다.
◆中 입김에···롤러코스터 타는 마카오 경제
마카오 경제의 고성장엔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마카오 '카지노 황제' 스탠리 호가 독점해 온 카지노 시장을 2002년 개방해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했다. 이어 2003년엔 중국 본토 관광객의 마카오 자유여행도 일부 허용했다. 반환 당시 690만명이었던 관광객은 지난해 3500만명도 넘었다. 이중 70%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채워졌다.
중국 ‘큰손’들 덕분에 마카오는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도박 도시가 됐다. 오늘날 마카오 세수의 80%가 카지노에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마카오의 과도한 중국 의존은 약점이기도 하다. 중국의 '입김'에 지역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마카오 경제가 직격탄을 입었다.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에 따르면 올 1~11월 마카오 카지노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카지노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본토 VIP 고객 매출이 두 자릿 수로 감소했다.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3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도 관측됐다.
카지노 업계 불황에 마카오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5% 하락, 3개 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피치는 카지노 산업 매출 감소로 올해 마카오 경제 성장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中과 닮아간다" 피치,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강등
일각에선 마카오의 '중국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정치적인 면에서 더욱 그렇다.
마카오에서는 일국양제에 따라 '마카오는 마카오 사람이 다스린다'는 ‘오인치오(澳人治澳)’를 실현하고 있다. 외교와 국방 권한을 제외하곤 중국 본토와 별개의 독자적인 입법, 행정, 사법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친중 성향을 띠고 있어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중국에 '종속'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마카오는 예로부터 홍콩과 달리 친중 성향이 강했다. 영국의 식민 통치가 홍콩인의 환영을 받았던 반면, 마카오 사람들은 과거 포르투갈 식민 지배 아래서도 중국 공산당 통치를 선호했다.
지난해 홍콩대학교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카오 사람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믿음은 70%를 웃돈다. 대다수 마카오 사람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여긴다. 홍콩 사람들이 일국양제를 불신하며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여기는 것과 비교된다. 중국이 홍콩과 달리 마카오에 손쉽게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이유다.
오는 20일 정식 취임하는 5대 마카오 행정장관인 호얏셍(賀一誠·허이청) 전 입법회 주석을 비롯해 5기 마카오 정부도 대부분 친중 인사들로 채워졌다. 최근엔 홍콩 반정부 시위 격화 속 중국 정부 '입맛'대로 홍콩 민주인사나 인권변호사, 홍콩 주재 미국 경제인의 마카오 입경을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하기도 했다.
마카오 반환 20주년을 닷새 앞둔 15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피치는 마카오는 그동안 통치·법치·경제정책·비즈니스 규제 환경 등 방면에서 중국 본토와 차별성을 보였지만, 차츰 중국 본토와 경제 금융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긴밀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향후 중국의 '모범생' 마카오에 대한 지원 사격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카지노 산업 의존도가 큰 마카오 경제는 금융 중심으로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최근 광둥, 홍콩, 마카오를 한 경제권으로 묶는 이른 바, '웨강아오(粤港澳)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에서 마카오 지위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마카오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18~20일 마카오를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거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마카오에 위안화 증권거래소, 위안화 결제센터 등을 세워 금융허브로 키우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마카오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카지노 산업 불황으로 침체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홍콩이 시위 장기화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다. 다만 마카오가 홍콩, 싱가포르처럼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금융 인재도 부족한 데다가, 관련 인프라나 제도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