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0월 홍콩 국제공항 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96만9000명, 약 16.2% 줄어든 502만명으로 집계됐다. 월간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당시였던 2009년 6월(-18.9%) 이후 약 10년 만의 최대치다.
홍콩 시위 장기화로 홍콩을 찾은 승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올 들어 7월까지만 해도 승객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3만명 늘어나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위가 정점에 달했던 8월부터 11월까지 넉달 새 승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0만명, 약 12% 줄었다. 8월 85만1000명, 9월 71만명, 10월 80만2000명씩 감소한 것.
8월 초엔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로 이틀간 공항 운영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홍콩 당국은 홍콩 국제공항 운영이 하루 중단될 때마다 약 20만6000명 승객과 101억6000만 홍콩달러어치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어 약 2285만 홍콩달러 손실이 발생한다고 집계했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영향에 따른 교역량 부진에 화물 물동량도 줄었다. 통계에 따르면 11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제공항 화물물동량은 3.4% 감소한 45만톤에 그쳤다.
홍콩 여객량 감소에 직격탄을 입은 건 홍콩 현지 항공사들이다. 홍콩 3대 항공사인 홍콩항공(HKA)은 경영 상황 악화로 항공사 라이선스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운항노선을 축소하고 긴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홍콩 여객량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섯 달 넘게 이어지면서다.
주말인 지난 15일에도 홍콩 시위대는 시내 주요 쇼핑몰을 돌며 이른 바 '크리스마스 쇼핑' 시위를 벌였다. 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홍콩 사틴 뉴타운플라자, 코즈웨이베이 타임스퀘어, 타이쿠 시티플라자, 침사추이 하버시티 등 시내 7곳의 쇼핑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뉴타운 플라자에선 쇼핑몰 유리창을 깨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과격 시위를 벌이며 경찰은 물론 시민들과의 충돌도 빚어졌다. '쇼핑의 천국' 홍콩의 크리스마트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6일 예정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면담에 이목이 쏠린다. SCMP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나 올해 업무보고를 한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가 람 장관을 ‘신뢰하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장기화 속 최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하면서 시 주석이 람 장관을 재신임할지 주목된다. 앞서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문책성 인사로 람 장관을 내년 3월 교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