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가족장으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겠다는 고인과 유족 뜻에 따라 15일 서울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범LG가 구씨 일가와 동업 관계였던 허씨 일가, 일부 재계 인사가 조문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구본식 LT그룹 회장과 구자학 아워홈 회장 등 소수 직계 가족들이 빈소를 지켰다.
장례식장 앞에는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적힌 가림막이 설치됐다. 그 너머에는 ‘부의금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방명록과 함께 놓였다.
빈소가 차려진 병원 측에서는 고인 장례식장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조문과 조화도 공식적으로는 받지 않고 있다. 빈소에 오는 조화는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
다만 일부 조화는 받았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문희상 국회의장, LG 임직원 일동, GS 임직원 일동,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고 전했다.
15분여간 조문한 뒤 빈소에서 나온 김 실장은 취재진에게 “문재인 대통령께서 고인은 한국 화학산업과 전자산업 기틀을 다지셨고 특히 강조하셨던 정도경영과 인화상생 기업문화, 미래에도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셨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 말씀을 전하시라 하셨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조문에 앞서 같은 날 오전 8시 전경련 명의로 추도사도 냈다. 허 회장은 “남은 저희는 마치 어둠에서 길을 잃은 듯한 심정에 안타까움만 더욱 커져 간다”며 “이제 회장님 따뜻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하루”라고 애통해했다.
이어 그는 “연구·개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기술 우위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시대를 예견하시며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며 “기존 관행을 뒤집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기술혁신을 해보자던 회장님 말씀이 생각난다”고 그리워했다.
이날 오전 빈소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노기호 전 LG화학 사장·이창호 LG화학 전 고문 등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LG 경영진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에도 조문은 계속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허광수 대한골프협회장(KGA) 회장 등이 조문했다.
전날에는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4일 오전 10시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간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장지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