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위대한 유산'

2019-12-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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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세계경영과 미숙했던 위기관리...후세엔 모두가 교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아주경제 DB]

[데일리동방] “소박한 장례를 치르라”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소망은 일부 이뤄지지 않았다. 정·재계는 물론 스포츠, 연예계 등 각계에서 주요 인사들의 추모가 끊이질 않았던 탓이다. 김우중 회장이 쌓은 업적은 한국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우중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의 양극단을 달린다. 세계 경영은 성공했지만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서 대우그룹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위기 관리 능력이 중시되는 현 시대에 미리 그 중요성을 예고했던 것일까.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소박한 장례’를 원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300여석 규모 강당에 유족과 친인척, 전 대우 임직원이 참석했다. 2000여명에 달하는 조문객은 복도에 설치된 중계 영상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지난 9일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회장과 임원 등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도 추모를 이어갔다. 스포츠, 연예계 유명인사들도 방문해 김우중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세계 경영', '도전 정신', '꿈과 희망' 등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재각각이었으나 “안타깝다”는 건 공통의 반응이다. 그만큼 김우중 회장의 업적은 재계를 넘어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개척과 성장 VS 리스크 관리 부재

김우중 회장이 떠난 가운데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국내 재계 인물 중에서 이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해외 시장 개척의 선두 주자이자 대우그룹을 재계 2위로 키운 저력을 높게 사는 반면, 일각에서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다고 비판한다.

아시아외환위기는 대우그룹을 궁지로 몰았다. 김우중 회장은 그룹 해체 직전까지도 수출을 강조했다. 오롯이 확장과 성장만을 추구하며 정부 구조조정 요구에 맞섰다.

대우그룹의 성장은 차입으로 사들인 자산과 이를 담보로한 차입을 반복한 데 있다. 추가 차입을 위해 부채를 숨기는 분식회계도 서슴지 않았다. 경제 호황이 지속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불황이 드리울 때는 취약해지는 구조다.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우중 회장의 개척 정신과 협상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경영 능력 중 하나로 평가되는 리스크 관리는 고려하지 않았다. 성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잘 나갔던 대우그룹 해체와 김우중 회장에 대한 극과 극으로 갈리는 평가는 그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대우그룹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김우중 회장이 회자가 되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 부재에도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가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달려야만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그는 페달을 멈추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 모든 것을 보여준 인물

국내 굴지의 대기업 그룹 주요 인사들이 김우중 회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다. 기업가로서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그의 공격성은 많은 기업인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반면 대우그룹 해체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막대한 ‘차입’도 우리 경제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경영 실패’를 통해 호황과 불황이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신을 희생해 보여준 셈이다.

성공한 사람만이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도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김우중 회장과 대우그룹은 성장과 함께 실패를 통해 안정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그룹을 살렸다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불필요한 가정이다. ‘대우그룹 몰락’ 그 자체는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는 큰 깨달음을 주고 있다.

김우중 회장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은 있지만 관심 없는 사람은 없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그를 주목한 이유는 성공과 실패라는 정반대의 결과물을 한 시대에 고스란히 보여서다. 김우중 회장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평가로 대치하는 것보다 교훈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다.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에 대한 자기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만약 그가 생각을 바꿨다면 이렇게 추앙받지 못했을 수 있다. 김우중 회장과 대우그룹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누구, 그 어떤 그룹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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