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현재의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기존 계획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프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보편적 연금체제를 구축할 때가 왔다"면서 "새 체제가 공정하다고 믿기에 나는 이 개혁을 완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종별로 기여금과 수령액이 큰 차이가 나는 현 특별 연금체제를 보편적인 단일연금체제로 바꾼다는 틀은 유지했지만, 연금개편에 반대하는 여론을 고려해 양보책도 몇 가지 내놨다.
풀타임으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과 기여금 등과 관계없이 월 연금 수령액이 최소 1000유로(132만원) 이상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퇴직 전 연 소득이 12만 유로(1억6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는 경우 '연대부과금'이라는 명목으로 연금 기여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병이나 실업 등의 이유로 소득이 없는 기간에도 적절한 연금 포인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향후 퇴직연금이 큰 폭으로 깎이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두기로 했다.
군인·소방관·경찰·교도관 등 안보·치안 관련 특수 공무원들은 일찍 은퇴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받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새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향후 5년 내로 프랑스의 평균 퇴직 연령이 현재의 62세에서 64세로 늘어날 걸로 예상했다.
필리프 총리는 "연금을 보장하고, 세금을 늘리지 않으면서 높아지는 기대수명에 부응하려면 유일한 해법은 좀 더 오래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다른 유럽과 세계의 다른 국가들도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시된 양보안들이 총파업을 접을 만한 근거가 될 것이라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몇 개의 양보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연금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더 오랜 기간 일해야 한다는 연금개편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
이는 총파업과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노조들의 요구에는 한참 못 미치는 데다가 퇴직 연령이 높아진다는 점이 노동계의 분노를 사면서 일주일째 이어진 총파업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총파업을 주도하는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LCI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국민을 농락했다"면서 "모든 사람이 더 오래 일하라는 건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온건성향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제1 노동단체 민주노동총연맹(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도 BFM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연금개편 안에서 은퇴 연령을 사실상 늦춘 건 "한계선을 넘어선 행위"라고 비판했다.
CFDT는 정부의 연금개편안을 놓고 총파업과 장외집회 등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회당, 급진좌파성향의 프랑스앵수미즈(LFI·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 정치권의 좌파진영도 정부안이 사실상 은퇴연령을 64세로 늦추는 것을 제도화한 셈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