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우 3D(3차원)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대표는 10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어반베이스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현실을 컨트롤하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사고를 가상의 세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사가 클라우드에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제공받은 도면을 몇 초 안에 3D로 구현해낼 수 있다. 하 대표는 이 같은 작업을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도시의 도면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데이터를 기반(베이스)으로 도시(어반)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어반베이스'란 사명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점을 눈여겨본 글로벌 VC들은 최근 앞다퉈 어반베이스에 노크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먹거리에 목말라 있는 국내 건설사도 어반베이스의 프롭테크(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롭테크 산업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인 우미건설은 지난 6월 어반베이스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하 대표는 현재 프롭테크 산업의 중심에 서 있지만 대학 재학 시절에는 건축학도였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설계사무소에 취직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언갈 만드는 걸 좋아해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했고 학교생활을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다"면서도 "설계 수업 때 노트북으로 3D 모형을 만들곤 했는데, 교수님들이 나더러 '손이 게으르다'더라. 실물 모형을 들어올려 틈을 가리키더니 '이게 공간이다'라는 철학적인 말도 하셨다. 그때 '이게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어반베이스의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은 현재 건축·건설뿐 아니라 인테리어·리빙, 유통·커머스 등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에이스침대는 어반베이스의 'AR(증강현실) 뷰어' 기술과 '홈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에이스룸'(ACE ROOM)을 선보였다. 올 초에는 K쇼핑 AR마켓에 'AR 뷰어' 시범 서비스를 도입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편의성을 맛본 고객들이 이 같은 솔루션을 어반베이스의 미래 고객사에 제안하기도 한다.
하 대표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가서 '어반베이스 기술을 이용하면 한 번에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불편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기업들이 이런 피드백을 받아들여 우리에게 연락을 해온다. LG전자가 일례"라며 "직접 세일즈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는 영업사원이 없다"고 말했다.
어반베이스는 공간 데이터를 판매할 때마다 방을 빌려주고 보증금, 월세를 받는 것처럼 구축비와 월사용료를 받는다. 월사용료는 매장당 15만원가량이다.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어반베이스가 출시하는 새로운 기술을 그때그때 탑재할 수 있다.
어반베이스가 제공하는 가상세계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 편익을 증진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 대표는 "최근 정부는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통해 실제 도시의 교통량, 재난상황, 관광객 수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 같은 데이터가 개방되면 '호갱노노' 같은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도 많이 태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하 대표는 정부와 협력하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데 보수적인 데다, 처리 기간이 느리기 때문이다. 그는 "몇 달 전 정부 주최 포럼에 참석했는데, 정부 소유 부동산의 도면이 오는 2023년에야 개방될 듯하다고 하더라"며 "우리처럼 발빠르게 변모해야 하는 스타트업엔 너무 늦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다양화하는 플랫폼에 적응하는 일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어반베이스의 기술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홀로렌즈 등으로 한정적이지만 애플 글래스 등 새로운 플랫폼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폰 버전, 패드 버전뿐 아니라 글래스 버전을 내놓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