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범죄가 유포와 2차 가해 등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인 뿐 아니라 유명연예인까지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등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과 제도에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정준영(31), 최종훈(30)에게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했다. 정 씨는 불법 촬영물을 지인들 단톡방에 유포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10월에는 충남대 연구교수 B씨가 상습적으로 여성의 몸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B 씨는 대학 내 화장실이나 계단 등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고, 역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11월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간 서울 거주 여성 3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 절반 이상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직접 경험한 여성’은 14.4%(530명)이다. 이 중 66.6%(353명)가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처벌의 불확실성(43.1%)과 번거로운 신고 및 대응절차(36.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 과정이 두려워도 꼭 관련 기관에 신고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도 “단속과 처벌에 관한 법과 제도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버 공간상에 허술한 감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이버 공간을 감시하는 법도 없고, 함정수사 등을 제한, 금지해놨으니 감시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촬영물 시장이 없으면 범죄도 증가하지 않을 것인데,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관리할 법과 제도가 없고 허술한데 범죄에 노출이 안 될 리가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이슈에만 치중하다 보니 권리 침해를 제재하는 법률을 도입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며 단속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윈앤윈의 장윤미 변호사는 “강간, 강제 추행은 양형기준이 명확한데 디지털 성범죄는 양형기준표가 없다”며 “물리적으로 모든 범죄에 양형기준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문제의식이 많은 만큼 여론을 모아 양형기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범죄는 증인이 없고 본인이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고소를 주저하게 된다”며 “피해를 인지했을 땐 인접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기재해놓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방문해 증거를 남겨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