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새로운 길' 구체화되나…군 간부와 백두산행·연말 당 전원회의

2019-12-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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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 간부들 ‘이례적’ 백두산행…군사력 강화 집중 예고

‘연말 시한’ 앞두고 당 전원회의 개최…‘새로운 길’ 구체화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9일 만에 또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이번엔 군 인사들과 함께했다. 노동당 정치국 상임위원회는 이달 말경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북한이 미국에 통보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 ‘연말’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북측의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북한이 강경노선의 ‘새로운 길’을 밟을 것임을 시사한다.

4일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당 전원회의 개최 예고에 대해선 “연초에 있을 신년사 직전에 개최되는 회의이기에 정부로서는 관련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의도라든지, 이것이 어떤 메시지라는 평가, 또 예단해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당 전원회의 개최 예고와 관련해서는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 외에는 따로 밝히고 있는 내용이 없기에 일단 회의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주목해 봐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백마를 타고 있다. 김 위원장 오른쪽에 부인 리설주 여사도 보인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 군 간부들 ‘이례적’ 백두산행…군사력 강화 집중 예고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며 백두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렸다”며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김 위원장의 위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백두산 방문은 전날 진행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 참석의 연장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한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고, 며칠째 백두산 일대에 머무르는 중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16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정천 육군 총참모장과 군종 사령관, 군단장 등 군 인사들을 대거 수행했다. 또 부인인 리설주 여사도 함께했다.

군 인사를 대동한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은 ‘새로운 길’ 감행과 대미 강경 노선을 예고한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이 군 간부들과 백두산에 등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 위원장이 향후 군부를 더욱 챙기고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백두산 군마 등정 전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차례로 시찰하고 ‘백두 혈통’을 과시한 것에 대해선 혁명 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불굴의 저항 의지를 보며 조만간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봤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기구 혁명전적지를 둘러보고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 봉쇄 압박 책동 속에서 우리 당이 제시한 자력 부강, 자력번영의 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 정신력으로 사회주의 부강조국 건설에 총매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혁명의 현 정세와 환경, 혁명의 간고성과 장기성에 따르는 필수적인 요구에 맞게 백두의 굴함없는 혁명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과 리 여사가 개울은 건너는 사진, 김 위원장 일행이 함께 모닥불을 피우며 손을 쬐는 사진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일본강점기 때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 등 항일빨치산들과 모닥불을 피우면서 조국을 그리워하고 항일의지를 불태웠다고 선전해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모닥불 사진이 대미항전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군 간부들과 함께 모닥불을 쬐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연말 시한’ 앞두고 당 전원회의 개최…‘새로운 길’ 구체화할 듯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과 함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소식도 전해졌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이달 말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지난 4월 10일 제4차 회의 이후 8개월여 만이다.

통신은 당 전원회의 소집 배경에 대해 “조선 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당의 주요 정책과 노선을 논의 결정해 채택하는 회의로, 노동당 주요 간부 인사들이 참석한다.

‘연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대응 마련을 위해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두고 이뤄지는 회의인 만큼 ‘새로운 길’의 구체적인 구상, 대미 강경 노선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측된다.

정 본부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한·미의 대북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보유국 지위 강화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대의 시작을 앞두고 열리는 당 전원회의인 만큼 북한이 위성 발사를 통한 ‘위성강국’ 건설 의지를 내비칠 수도 있다고 봤다.

지난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는 ‘경제·핵 병진노선’, 2018년 4월에는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제시한 것을 근거로 이번에는 ‘새로운 길’ 구체화를 위한 새로운 노선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해 “2017년에 선언한 ‘핵 무력 완성’을 토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더 공고히 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완성 등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과학기술 바탕의 자력갱생 등을 통한 ‘사회주의 부강조국’ 건설 계획이 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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