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 한진그룹 기업 재편은 어떻게

2019-12-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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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한진그룹-2 : 다양한 이해관계자 만족시킬 방안 필요…대한항공 ‘환골탈태’ 가능성

조원태 회장, 과도한 경영권 방어 의식 버려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에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진그룹 사업재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한진그룹 사업구조 재편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는 물론 델타항공, KCGI(강성부펀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탓이다. 모두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한 변화에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관건은 대한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어떻게 줄일지 여부다. 사업 연관성이 낮은 계열사 매각,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사 기업공개(IPO) 등이 언급된다. 델타항공의 경영방식 이식도 중요하다. 그룹 운영체계를 탈바꿈하고 새로운 대한항공을 보여주는 것만이 시장 잡음을 줄이는 길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29일 2020년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측근들이 물러나면서 조원태 회장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알렸다.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에 대한 견제는 여전했다. 석태수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한진칼 대표이사 자리는 유지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KCGI는 석태수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는 20% 이상 감소했다.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는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축소됐다. 조원태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는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계열 구조조정은 시기 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은 통상 해를 넘겨 인사를 발표했다. 그 시기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그룹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주주총회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재편과 경영권 방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원태 회장·델타항공·KCGI, ‘동상이몽’?

대한항공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는 3세 경영자 삼남매(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델타항공, KCGI다. 공통점은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보유다.

세 주체는 대한항공 수익성 제고 등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재 각각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삼남매는 경영권 방어와 승계,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JV를 통한 효율성 확보, KCGI는 대한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등이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개선이 핵심이다. 조원태 회장 입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델타항공과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한진칼은 그룹 지주사로 여러 자회사 실적에 영향을 받는다. 한진칼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진에어 영향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통상 3분기는 항공사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진이다.

조원태 회장은 항공, 호텔 등을 제외한 여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LCC)로 그룹 사업 재편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글로벌 대형항공사들의 LCC 운영 실패 사례는 다수 발견된다.

심지어 델타항공도 지난 2003년 LCC 자회사 송에어(Song Air)를 설립, 운영했지만 실패했다. 고객 수요예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렸고 결국 2005년 델타항공과 합병했다. 델타항공은 O&D(Origin & Destination) 수익관리시스템을 통해 각 항공편의 탑승률 사전 예측, 좌석별 판매 여부 등을 결정한다. LCC로 여타 LCC를 견제하는 것이 아닌 빅데이터 경영을 통한 가격으로 상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O&D RMS(Revenue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델타항공 경영방식이 이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대한항공과 진에어 합병 혹은 진에어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델타항공은 보잉기 1대 가격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다”며 “직접 항공기 도입에 따른 운영보다 대한항공과 JV, 한진그룹 사업구조 재편 등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룹 개편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 놓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사진 = 한진칼 홈페이지 캡쳐]


◆핵심은 대한항공…계열사 어디까지 팔 것인가?

대한항공의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900%가 넘는 부채비율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금융비용의 3.8배로 현금흐름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경영은 자본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악순환이 반복되도록 한다. 수익성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여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 등과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부동산과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행수요와 상관관계가 높은 호텔사업 확대 지양, 특히 유가와 환율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축소하는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조원태 회장의 발언을 보면 KCGI 의견 중 호텔사업 부문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항공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재편을 언급한 만큼 항공우주사업부 기업공개(IPO), 정석기업 등 부동산 관리회사 매각, 최대 구조조정 시 육상운송에 주력하고 있는 ㈜한진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되면 최대 수혜주는 단연 한진칼이다. 확보한 자금으로 대한항공을 지원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델타항공과 KCGI도 한진칼 가치 상승에 따른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KCGI 제안을 일부 수용했던 것은 3세 경영자들의 한진칼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보다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그룹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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