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잔혹사... 소환 앞두고 잇따르는 비극

2019-12-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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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쯤 현직 검찰수사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출석을 3시간 앞둔 시점이어서 검찰수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이 별건수사로 무리한 압박을 하는 바람에 비극이 발생했다”며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A씨는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검찰로 복귀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특감반 시절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산하에서 근무했고, 주업무는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들에 대한 감찰이었다.

검찰은 A씨가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A씨는 울산경찰청과 울산지검 사이에서 벌어진 ‘고래고기 환부사건’ 갈등을 조사했다. 야권에서는 A씨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모인 ‘장어집 회동’과 관련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하순에는 상상인그룹과 송사관계가 있는 B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검찰수사와의 연관성을 놓고 의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검찰소환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5년 4월, 경남기업 회장을 지낸 성완종 의원이 서울시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그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법원 대신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그는 숨지기 전 모 신문사 중견기자와 장시간 통화를 나눴다.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던 그는 돈을 건넨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다.

검찰소환 혹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비극적인 선택을 한 사례는 고 성완종 의원 외에도 적지 않다.

2014년에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때에는 경찰청 소속의 최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시에는 그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심적 부담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간이 흐른 뒤 유가족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에서 상당한 압박을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이 ‘본말을 전도시킨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2016년에는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남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역시 검찰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2017년에는 국정원 댓글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당시 증거를 조작한 혐의를 받던 변창훈 검사가 추락사한 채 발견됐다. 그 역시 검찰 소환을 몇 시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변 검사가 숨지기 며칠 전에는 국정원 법무실에서 근무하던 정모 변호사가 강원도 춘천에 세워둔 차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 변호사 역시 변 검사와 같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그해 9월에는 김인식 KAI 부사장이 세상을 떠났다. 같은 달 도태호 수원 부시장 역시 같은 선택을 했다. 두 사람 모두 각각 다른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2018년 9월에는 ‘드루킹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노회찬 전 의원이 숨졌다. 몇 달 뒤에는 계엄령 문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지인의 사무실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법조계에서는 알려진 것만 이 정도이고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0~2015년 검찰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79건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피의자 혹은 주요 참고인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에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과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는 C씨(58)는 “어디서 알아냈는지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부터 캐묻더라”면서 “수사대상인 사안에 대해서는 묻지 않다가 막판에 ‘이건(사생활) 넘어갈 테니 솔직히 말하라’며 진짜 수사대상인 사안에 대해 자백하라고 하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이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있었지만 변화가 없다"면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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