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는 오는 5일(현지시간), OPEC+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어 산유량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실상 감산정책 연장에 적극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를 반기지 않는 러시아 간에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현행 감산 합의를 내년까지 더 연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NBC는 "내년 3월에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OPEC+가 적어도 내년 6월이나 12월까지 합의를 추가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헤밀라 크로프트 RBC 상품 전략가는 "OPEC에 무척 불안한 시기"라면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사회불안이 높아지는데 원유 가격은 충분히 안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6월까지 추가 연장을 전망하면서 "현재로서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지난 1년 동안 쿼터보다 더 많은 감산을 이행했다. 다른 산유국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덜 감산한 것을 대신 보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사우디가 더 이상 이런 '눈속임'을 용납하지 않고 강경하게 나올 것이란 변수가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왕족 출신의 사우디 석유장관이 처음으로 OPEC+ 총회에 참석해 다른 회원국들이 지키지 않는 감산 쿼터를 더 이상 벌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에너지에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원유애널리스트는 "사우디가 과거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모든 감산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 내부에서 감산 쿼터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눈속임이 만연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일례로 이라크는 일평균 451만 배럴을 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거의 480만 배럴을 생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약속보다 9만 배럴, 나이지리아는 12만 배럴 늘려 원유를 생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역시 올 11월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112만5000배럴로 늘려 목표치(111만7000~111만8000배럴)를 넘겼다.
산유국들이 감산 쿼터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우디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쿼터보다 일평균 70만 배럴을 더 줄여 생산했다. 사우디가 더 감산했지만, 유가 회복에 따른 보상은 적었다.
러시아의 경우, 첫 감산 합의가 있었던 2016년 4분기 이후 원유 수출로 하루 평균 1억7000만 달러를 더 벌었다. 이에 반해 사우디의 경우 원유 수출로 늘어난 금액은 1억2500만 달러로 러시아보다 적은 금액을 얻었다.
또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공모가와 기업가치가 OPEC+ 총회 당일 확정된다는 점에서 사우디가 감산에 매달릴 이유도 없어진다.
여기에 러시아 변수도 만만찮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감산정책의 연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감산 합의에 이견을 보여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의견이다.
씨티그룹의 에릭 리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OPEC+ 그룹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합의 연장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즉, 합의 시한 만료 시점 직전인 3월에 다시 회의를 소집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시장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이 감산정책을 3개월 더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오름세를 보여왔으나, 지난달 29일엔 총회 결과를 둘러싼 경계감으로 인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앞서 OPEC+가 차기 총회에서 감산량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브렌트유 가격인 배럴당 63달러에 비해 30%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OPEC과 러시아는 지난 7월 회의에서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 정책을 내년 3월까지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OPEC 회원국 14개국과 비회원국 10개국 등 24개국으로 구성된 OPEC+는 2017년부터 산유량 조절에 협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