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 '톱다운' 회담으로 진행되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동북아 정상 간 소통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중, 한·일 관계 개선과 함께 한·중·일 3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파장이 큰 상황에서 북·중·러 전통적인 삼각동맹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 한·중 관계를 흔들 위험요소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한·일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을 두고 한·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극적인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韓, 미·중 사이 애매모호한 태도 버려라···'물밑접촉' 통해 中과 긴밀해져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국이 지금보다 더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교·민간 차원에서는 물밑 접촉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뚜렷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보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 남북관계 등 중국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물밑 접촉을 통해 신뢰를 쌓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이라고 밝혔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동북아에서 한·중·일 관계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 이익 차원에서 현재 한·중관계를 물밑접촉을 통해 더 심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하는 식으로 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미·중의 이익이 교착하는 공통분모를 찾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지금의 한·중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설치 등 위험요소 존재를 언급했다. 현재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중국 현지 학자들만 만나봐도 미국이 (아태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설치하면 사드보다 더 심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상황보다는 아직 양국 사이에 이런 위험요소가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 문제만 봐도 한국은 북·미·중 눈치를 보며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보였다”며 “한국이 더 명확하고 확실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韓·日갈등, 지소미아부터 거꾸로 풀어가야...韓정부, 중추적 역할 중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지소미아 종료 결정.'
오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되는 지소미아로 한·일 관계가 또 한번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풀리지 않는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시일이 다가온 지소미아 문제부터 역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지난 7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상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당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빌미가 된 만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렛대 삼아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한·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종료 시한을 코앞에 둔 지소미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결국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통상 규제,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은 '3종 세트'"라면서 "그중에서도 시일이 가장 가까운 지소미아부터 해결하고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한·일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양국 간 정보 교류를 중단한 후에 수출 규제 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상징"이라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소미아부터 시작해 경제, 정치, 역사 문제를 거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한·일 미래 세대 간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 종료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일 갈등의 해법을 만들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데 한국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 역시 "한국 정부가 우선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국내 16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금을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할 경우 소송 피고인 일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한·일 차세대 지도자들 간 교류가 자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성세대의 반한·반일 감정 조장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파장이 큰 상황에서 북·중·러 전통적인 삼각동맹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 한·중 관계를 흔들 위험요소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한·일 관계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을 두고 한·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극적인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韓, 미·중 사이 애매모호한 태도 버려라···'물밑접촉' 통해 中과 긴밀해져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국이 지금보다 더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교·민간 차원에서는 물밑 접촉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뚜렷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북핵 문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보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 남북관계 등 중국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물밑 접촉을 통해 신뢰를 쌓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이라고 밝혔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동북아에서 한·중·일 관계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가 이익 차원에서 현재 한·중관계를 물밑접촉을 통해 더 심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하는 식으로 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미·중의 이익이 교착하는 공통분모를 찾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지금의 한·중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설치 등 위험요소 존재를 언급했다. 현재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중국 현지 학자들만 만나봐도 미국이 (아태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설치하면 사드보다 더 심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상황보다는 아직 양국 사이에 이런 위험요소가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 문제만 봐도 한국은 북·미·중 눈치를 보며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보였다”며 “한국이 더 명확하고 확실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韓·日갈등, 지소미아부터 거꾸로 풀어가야...韓정부, 중추적 역할 중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 조치→지소미아 종료 결정.'
오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되는 지소미아로 한·일 관계가 또 한번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풀리지 않는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시일이 다가온 지소미아 문제부터 역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해 지난 7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상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당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빌미가 된 만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렛대 삼아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한·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종료 시한을 코앞에 둔 지소미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결국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통상 규제,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은 '3종 세트'"라면서 "그중에서도 시일이 가장 가까운 지소미아부터 해결하고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한·일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양국 간 정보 교류를 중단한 후에 수출 규제 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 간 협의 채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상징"이라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소미아부터 시작해 경제, 정치, 역사 문제를 거꾸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함께 한·일 미래 세대 간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 종료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일 갈등의 해법을 만들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데 한국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 역시 "한국 정부가 우선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국내 16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금을 피해자들에게 선지급할 경우 소송 피고인 일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한·일 차세대 지도자들 간 교류가 자주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성세대의 반한·반일 감정 조장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