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도전과 과제] 이규호 코오롱 전무, 패션과 거주 사업 숨고르기

2019-11-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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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주사 지분 49.74%...본인은 없어

경영능력 키우기 한창인데 인보사 사태 부담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히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지 1년이 되어간다. 이 회장 퇴임으로 4세 이규호 전무가 바로 그룹을 이어받지는 않았지만 패션 수익성 강화와 인보사 사태 극복 등 버거운 과제를 안고 경영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장단이 이끄는 책임경영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그룹 회장직과 계열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인사를 단행했다.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COO(최고운영책임자)로 패션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그는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 계열인 리베토주식회사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반면 지주사를 이끌 대표이사 사장은 유석진 대표가 맡았다. 그는 그룹 현안 전반은 주요 사장단 협의체인 ‘원 앤 온리(One & Only) 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코오롱은 36살인 이규호 전무를 회장직에 앉히는 대신 지주사는 사장단이 이끌고 계열사 책임경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가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히 쌓으라는 의미다.

30대 중반 후계자가 홀로 그룹을 이끌기엔 회사 규모가 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뛰었다. 자산은 10조800억원에서 10조7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코오롱 동일인은 여전히 이웅열 회장이다.

지분 역시 완전한 승계와 거리가 멀다. 코오롱 지분은 이웅열 회장이 49.74%를 가졌다. 반면 이규호 전무 지분은 공시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아들의 경영 능력이 인정된 뒤에야 주식 상속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규호 전무는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코오롱 인사실 부장, 2016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상무보 등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리베토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 보고서]


◆공유주택・패션사업 성과 아직

이 때문에 주목받는 사업이 이 전무가 운영하는 공유주택(Co-living) 회사 리베토다. 공유주택은 개인 방을 가진 입주자들이 주방과 거실 등을 공동 사용하는 거주 형태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인적분할로 세웠다. 코오롱이 가진 지분은 92.08%다. 정서적 외로움과 낮은 주거 품질, 직장 근접성 등 청년 1인 가구의 불만을 수요 삼아 압구정과 청담, 이태원, 여의도 등 국내는 물론 해외 거점지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현재 37개 하우스와 452베드를 운영중이다. 하우스 개발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PM(건물 관리)・FM(시설 관리), 인테리어, 제작 가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쿠알라룸푸르와 자카르타에도 공유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단기 실적은 높지 않다. 리베토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18억4600만원 적자에서 올해 24억100만원 적자로 내려갔다. 3분기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33억원 적자(분기순이익)에서 올해 34억9700만원 적자로 늘었다. 다만 공유주택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에서 수익 개선 가능성이 있다.

패션 사업도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무가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 올해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46억원에서 올해 1분기와 2분기 79억원씩으로 낮아졌다. 3분기에는 107억원 적자를 냈다. 사측은 아웃도어시장 침체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적자 규모는 64억원으로 이번 분기 절반 수준이다.

패션 부문은 성수기인 4분기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2017년 해당 분기 29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46억원으로 줄었다. 아웃도어시장 침체가 4분기에도 지속된다면 이 전무 첫해 성적은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04억원에서 올해 51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산업자재와 필름 판매 증가 영향이 컸다.
 

이규호 코오롱 전무.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후계자 입장선 ‘인보사’ 교과서 될 수도

장기간 부담이 될 요소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에 발이 묶였다는 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국내 최초로 허가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주가 담겼다고 4월 밝혀 논란이 일었다. 사태 초기 코오롱은 치료제 개발 이후 15년간 주성분 변경을 몰랐지만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계열사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주성분을 통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약처는 미국에서 코오롱티슈진 실사를 마치고 5월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피해자를 모아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다.

특혜도 사라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취소를 의결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신약 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기업이다. 연구개발(R&D) 정부 과제 선정에서 가점을 받거나 R&D·인력 비용에 대한 법인 세액 공제 등을 받는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업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받았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 과정을 거쳐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회사가 개발 목적을 상실했다고 봤다. 이후 청문 절차에서 사측의 변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증이 최종 취소된다. 지난해 인보사 개발 공적으로 소속 연구소장에게 수여된 대통령 표창 역시 행정안전부에 취소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다.

막대한 지원금 환수도 진행된다. 회사는 2015년 정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이후 3년 간 82억1000만원을 받았다. 정부는 최근 연도에 집행된 25억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금액도 검찰 수사 결과 연구 부정행위로 확인될 경우 환수 조치한다. 이웅열 전 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성공사례가 아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한 사례가 됐다. 다만 이번 사태 수습 과정이 경영에 대한 그의 안목을 키워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1996년 1월 40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은퇴 이유로 ‘시불가실(時不可失・때를 놓치면 안됨)’을 들었다. 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아들 이규호 전무에게 주어진 과제도 시불가실이다. 때를 놓치지 않는 판단과 투자로 당당한 후계자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아버지 시절 성장한 사업, 그때 인지하지 못했던 암초 모두 앞으로 겪을 시행착오의 교과서다. 아버지가 회장직에 오른 나이까지 앞으로 4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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