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놈ㆍ놈ㆍ놈'이 떴다

2019-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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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리플, 시가총액 '빅3'

시장 점유율 80%… 암호화폐 가격 견인

칠리즈ㆍ아이젝 등 신흥코인 '톱100' 진입

모네로ㆍ대시ㆍ지케시 등 '다크코인' 주목

범죄 악용 우려… 개인 정보 보호는 장점

암호화폐도 '급'이 있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잘나가는 놈', 아직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뜨는 놈', 양지와 음지를 오가는 '이상한 놈'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잘나간다 하더라도 미끄러질 수 있고, '이상한 놈'이 급부상할 여지는 충분하다. 암호화폐계의 잘나가고, 뜨고, 이상한 화폐는 무엇일까.

◇ 잘나가는 놈 -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대세 언제까지?

전세계 암호화폐 수는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세계를 휩쓸었던 2017년 하반기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2만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지금도 하루에 많게는 수십개의 새로운 암호화폐가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잘나가는' 암호화폐는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단 3개뿐이다. 이들 암호화폐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날 오전 1시 기준 1587억4310만 달러다. 2위 이더리움(202억549만 달러)보다 7배 이상 높다. 3위 리플의 시총은 117억6755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세계 암호화폐 시총(2401억9345만 달러) 중 3분의 2는 비트코인인 셈이다.

이렇듯 비트코인의 영향력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막강하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이 암호화폐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 가격 등락에 따라 다른 코인들도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비트코인에 이어 2세대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이더리움은 플랫폼 기능을 접목한 첫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거래 시스템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은 금융 이외의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의 플랫폼만 있다면 누구든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간편송금을 목적으로 개발된 리플은 송금 수수료 개념으로 출발했다. 결제 속도가 빨라 국가 간 송금서비스로 활용되기 시작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탠다드차타드, UBS 등 글로벌 은행을 비롯해 100곳 이상의 금융사들이 리플과 송금 협약을 맺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리플넷'에서는 이미 송금 수수료로 쓰이고 있다.

리플은 시총 대비 낮은 가격 덕분에 대중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리플이 0.27달러 정도로, 원화로는 300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시장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암호화폐'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블록체인 기술을 알리고,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더리움과 리플은 세계 2·3대 암호화폐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이들 화폐는 비트코인의 단점을 극복해 개발되거나, 비트코인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했다. 이는 이더리움과 리플 역시 다른 기술이나 서비스에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는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며 "상징성이 큰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들의 시장 지위는 영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 뜨는 놈 - 누구냐, 넌

시장에 첫발을 디딘 암호화폐들은 우선 주목을 받는다. 거래소 상장과 동시에  몇십% 상승은 기본이고 200~300%, 많게는 1만% 이상 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뿐이다. 하루가 지나면 가격은 다시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세계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이렇게 생겨났다 사라졌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를 새로 만드는 목적이 '단타 투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거래소들도 상장 기준을 강화해 아무 화폐나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중이다.

주목해야 할 암호화폐는 조용히 한 걸음씩 내딛는 화폐들이다. 이들 코인은 시총 기준으로는 '빅3'에 한참 못 미치지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시장 파이를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파생코인들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 캐시는 시가총액 51억9573만 달러로 4위, 비트코인 SV는 23억8025만 달러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골드(1억4915만 달러, 40위)와 비트코인 다이아몬드(9064만 달러, 60위) 역시 암호화폐 톱100에 들며 일정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대형 거래소가 플랫폼 기반으로 발행하는 화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바이낸스가 내놓은 바이낸스 코인의 시총은 32억2620만 달러다. 전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지만, 세계 8위 암호화폐에 해당한다. 후오비토큰(시가총액 9억1931만 달러, 16위)도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가 발행한 화폐다.

스테디셀러는 아니지만 세계 100위권 안으로 진입하며 주목받고 있는 암호화폐도 있다. 칠리즈는 12일 기준 세계 87위에 위치하는데, 지난달 말(131위)과 비교하면 40계단 이상 올랐다. 아이젝, 질리카 등도 새롭게 톱100에 진입해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선 디크레드와 스톰, 네오 등이 높은 가격상승률로 주목받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디크레드 가격은 지난 1주일간 22.68%, 1개월간 39.45% 올랐다. 스톰과 네오도 지난 한 달 동안 각각 15.19%, 62.16% 뛰었다.
 

[그래픽=아주경제]


◇ 이상한 놈 - 범죄 악용 vs 기술적 참신함

최근 암호화폐업계에 '이상한 놈'이 떴다. 기존 암호화폐들이 거래내역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공개하는 것과 달리, 암호화 기술을 통해 거래내역에 관한 정보 자체를 드러내지 않는 '놈'들이다.

다크코인으로 불리는 이 암호화폐들은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탓에 마약거래나 자금세탁, 테러자금 등 범죄행위에 악용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활동하던 다크코인의 위세가 최근 크게 꺾였다.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거래소를 중심으로 다크코인을 상장폐지하거나 거래종료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고안에는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취급업소(VASP)들은 '여행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수신자와 발신자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정부당국이 요청할 경우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익명성이 특징인 다크코인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정보 수집이 힘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송금시 송·수취인 및 기관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규칙을 맞추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된 다크코인을 배제하는 모습이다.

4대 거래소 중 한 곳인 업비트는 지난 9월 모네로, 대시, 지캐시, 헤이븐, 비트튜브, 피벡스 등 다크코인 6종의 상폐를 결정했다. 오케이이엑스코리아도 모네로, 대시, 지캐시, 호라이즌, 슈퍼비트코인 등 5종의 거래지원을 종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다크코인 상장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9월 대시를 상장했다. 바이낸스는 대출 서비스에 모네로, 제트캐시, 대시 등 다크코인 3종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는 다크코인의 '이면'을 봤기 때문이다.

지캐시가 가진 영지식증명 기술은 블록체인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개인정보 보호에 활용될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영지식증명 기술을 활용해 블록체인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속도 개선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코인이 악용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사용된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극단적 기술론자들은 익명성 코인의 제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사이버 범죄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다크웹에서 대시나 모네로보다 비트코인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블록체인 인텔의 캐런 추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다크웹상의 불법 거래에서 그 어떤 익명성 강화 토큰보다 훨씬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다크웹의 불법 행위자 역시 지캐시와 대시 등의 익명성 강화 토큰보다 (활용도가 높은) 비트코인의 거래를 더욱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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