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는 과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것일까? 아니면 5촌 조카에게 당한 것일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18년 1월 3~5일 장내에서 1만6772주를 7739만3420원(주당 4610원)에 사들였다. 20여일 뒤인 1월 22~26일에는 실물주식 12만주를 6억원에 매입(주당 5000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WFM이 차세대 2차전지 음극소재 양산을 본격화하기 위하여 제1공장을 2018년 2월 중 가동할 예정이다’라는 호재성 소재를 공시 전에 전해 듣고 주식을 매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정보가 공시된 것이 2월 9일인데 이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얻은 정보로 주식을 저가에 매수했다는 것이다.(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하지만 이 사실은 이미 2017년 12월 초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반복해 보도된 사안이었다.
우선 2017년 12월 초에는 WFM이 ‘테슬라와 2차 전지 음극재 구매의향서를 체결했다’는 기사와 ‘연간 120톤의 음극재가 공급될 것’이라는 기사가 잇따라 경제지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또 12월 26일에는 ‘전북 군산에 공장건물과 토지를 1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는 기사가 경제지 지면을 장식했다. 이에 앞서 12월 22일에는 기술연구소 인증을 받았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이 무렵부터 음극재 사업으로 인해 WFM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기사와 주식투자 블로거들의 글은 이미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공장 가동식’이라고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공급의향서가 체결되고 공장부지와 건물이 확보’된 이상 가동은 기정사실이었다. 정 교수가 주식을 사들이기 적어도 한 달 전쯤부터 이미 WFM의 음극재 생산공장 가동은 ‘미공개 정보’가 아니었던 셈이다.
△ 미실현 이익도 이득?
검찰 공소장대로 ‘미공개 정보’라고 해도 의문점이 남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함인데, 시세차익이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매입한 WFM의 주가는 2018년 1월 30일 7000원대를 돌파해 2월 중순까지 7500원을 넘나드는 등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최적기였다. 이때 주식을 처분했다면 정 교수는 주당 최소 2000원~ 최대 3000원까지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검찰 역시 이를 기준으로 ‘미실현 이익 2억6000여만원을 취득했다’고 공소장에 기록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현재도 WFM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전형적으로 주식 작전 세력에 이용당해 손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 소속의 신장식 변호사 역시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검찰은 ‘미실현 이익을 은닉한 것’이라며 오히려 정 교수에게 범죄수익 은닉혐의를 추가했다.
△ 주가가 폭락했는데 ‘미공개 정보’?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경심 교수는 2018년 2월 9일 또다시 WFM 주식을 매입한다. 검찰은 ‘자동차 품질연구원에서 2월 13일 음극재 평가실험을 한다는 기사가 보도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전해 듣고 주식 3024주를 2139만원(주당 7073원)에 매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WFM 주식은 얼마 뒤 폭락하기 시작했다. 2월 중순 미끄러지기 시작한 WFM 주식은 2월 말에는 6000원대 초반으로, 3월 중순에는 5000원대, 3월 하순에는 5000원 미만으로 떨어진다.
정 교수가 세 번째로 WFM 주식을 매입한 2018년 11월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이때도 ‘WFM이 중국 모 업체에 음극재를 공급할 것’이라는 정보를 전해 듣고 주당 약 3055원에 4500여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현재 WFM은 상장폐지 직전이다. 주식은 휴지 조각이나 나름없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은 셈. 5촌 조카 등의 ‘작전세력’이 정 교수에게 사기를 쳤다고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며 공소장 내용을 바꿀 의향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