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 7일 실시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시장 예측 가격을 훨씬 웃도는 2조 4000억원을 입찰가로 적어 내면서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떠올랐다. 경쟁 후보였던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7000억원가량 낮은 약 1조7000억원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1~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과감한 베팅으로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구주는 금호산업으로 귀속되며, 신주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원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이에 금호산업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구주 인수 희망 금액을 40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를 밑도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금호산업 측의 긴박한 자금사정으로 인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국토교통부의 심사가 12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조건부 승인 형태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먼저 선정하는 등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협상이 이뤄진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 절차는 연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초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계열사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를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전환을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지주사인 HDC의 자회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HDC아이앤콘스, HDC현대EP, HDC아이서비스 등이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 주식을 매입했다. 이로써 HDC는 HDC아이콘트롤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지배구조가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순으로 지배구조가 복잡해 진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증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지분 100%를 갖고 있지만 에어부산의 지분은 44%만 갖고 있다.
이번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HDC그룹의 사업다각화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DC그룹은 지난 몇 년간 주력인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사업 다각화를 이어왔다.
HDC그룹은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업이 주력인 그룹이다. 이와 더불어 HDC아이파크몰, HDC현대EP등 유통 및 화학업종도 영위하고 있다.
유통사업은 지난 2015년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후 용산아이파크몰을 활용해 유통 부문 몸집을 키웠다.
용산아이파크의 꾸준한 증축과 더불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결과 HDC신라면세점과 HDC아이파크몰은 합계 연 매출 규모 8000억원으로 성장했다.
HDC의 2분기 누적 매출액은 8222억원, 영업이익은 695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25% 가까운 실적증가를 이뤄냈다. 투자업계에서는 HDC아이서비스와 HDC아이파크몰 실적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부동산114를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파크하얏트 부산 등 호텔 2곳과 강원도 고성 아이파크콘도, 파크로쉬리조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솔로부터 국내 최대규모 면적의 오크밸리리조트 인수도 확정하며 레저사업 확장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인수에 성공할 경우 HDC그룹은 기존의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란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HDC그룹은 지난 몇 년 간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며 "이번 아시아나 항공 인수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기존 면세점사업, 레저사업과 연계한 사업 확장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