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대목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를 통해 동남아지역이 전자상거래시장의 초고속성장 잠재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약 10년 전인 2009년 중국인의 쇼핑축제로 시작한 광군제가 동남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군제는 '독신자의 날'이란 뜻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이 2009년 11월 11일 싱글들을 위해 만든 온라인쇼핑의 날로, 오늘날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자리매김했다. 11월 11일, 쌍십일이라는 뜻에서 '솽스이(雙十一)'라고도 불린다.
알리바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만 11일 하루 거래액이 2680억 위안(약 44조6200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 광군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 거래액과 비교해 44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폭발적인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동남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시장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빠르게 향상되는 인터넷 속도, 팽창하는 인구가 인터넷기업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대다수 소비가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자상거래 기업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특히 동남아 전자상거래시장은 제품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오픈마켓 위주로 발전할 것으로 관측됐다.
왕샤오펑 포레스터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오픈마켓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소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합병되고 경쟁력 있는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남아지역 간판 전자상거래업체로는 앞서 언급한 라자다, 쇼피, 그리고 토코피디아, 부칼라팍 등이 꼽힌다. 특히 라자다, 토코피디아, 부칼라팍은 모두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2016년 알리바바에 합병된 라자다는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6개국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다. 8월 말 기준, 6개국의 연 평균 이용자 수만 5000만명이 넘는다.
알리바바 투자를 받은 업체들의 최대 장점은 알리바바와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라자다가 현재 알리바바 물류 플랫폼인 차이냐오의 광범위한 물류 네트워크는 물론, 알리바바 금융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의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지원받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선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발전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라자다처럼 알리바바 등 대기업 투자를 받아 실탄이 충분한 전자상거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