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개선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는 실질환율을 절상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11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경상수지가 대외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수지가 신흥국의 취약성 지표, 선진국 및 신흥국의 환율변동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는 신흥국 취약성 지표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고, 경상수지 실적치가 예상치보다 양호한 양(+)의 충격은 통계발표일 또는 이후 이틀에 걸쳐 원화 강세를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효과로 미루어보면 우리나라의 취약성지표는 신흥국 중 가장 양호한 편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지적으로 발생한 신흥국 금융 불안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되어 환율 급변동을 겪지 않은 데는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향후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진행 중인 경상수지 축소 폭과 속도를 감안할 때 경상수지 둔화로 인해 취약성지표 등 대외안정성이 직접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여지 또한 제한적인 것으로 한은 측은 내다봤다. 지난 2012~2017년 중의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총 5000억 달러에 육박해 규모 면에서 독일, 중국, 일본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GDP 대비 총 35% 수준으로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싱가포르, 대만,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등과 함께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이미 상당한 흑자를 나타낸 국가들의 경우 경상수지가 추가적으로 개선될 확률은 크지 않다. IMF(2019)는 우리나라의 기초 경제여건 및 인구구조 등에 부합하는 적정 경상수지(current account norm)를 GDP 대비 2.7%(2018년 기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전망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경우 대외 취약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실질 원화 가치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대외자산 축적 과정에서 리스크 확대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대외 포지션의 구성 변화가 이루어진 것에도 주목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외자산은 외화표시 자산이 대부분인데 반해 대외부채에서 원화표시 부채의 비중은 확대됐고, 대외부채에서 지분성 증권의 비중도 높아졌다"며 "이러한 특징은 국내 리스크 발생 등으로 환율이 상승하거나 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대외순자산에 대한 영향을 일부 상쇄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