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람코 지분 100%를 보유한 사우디 정부는 이날 아람코의 사우디 증권거래소(타다울) 데뷔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냈다. 사우디 정부는 650쪽이 넘는 이 문건에서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오는 17~28일에는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청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에게 할당된 물량은 전체 매각분의 최대 0.5%로 정했다. 최종 공모가는 다음달 5일에 결정된다.
투자설명서에는 타다울 거래소가 첫 거래 이후 6개월간 아람코의 추가 상장을 금지했고, 사우디 정부 또한 1년간 추가 상장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우디 정부는 다만 일반 외국 정부 관련 기관이나 투자자에게는 아람코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밖에 투자설명서에는 아람코의 최근 실적과 회사 구조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지만, 사우디 정부가 이번 IPO로 목표한 조달액 등 가격이나 물량과 관련한 정보는 들어 있지 않다. 시장에서는 예상가격이 다음주에 공개될 것으로 본다.
사우디 정부는 당초 아람코 전체 지분의 최대 5%를 팔아 1000억 달러를 조달하면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대로 되면 아람코의 IPO는 역대 최대 규모가, 아람코는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이 된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로 계획된 상장이 미뤄지는 동안 아람코의 회사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소식통들은 블룸버그에 무함마드 왕세자도 아람코의 시총이 1조6000억~1조8000억 달러 수준이면 만족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블룸버그는 16개 은행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아람코의 시총이 1조1000억~2조5000억 달러, 중간값은 1조7500억 달러라고 전했다. 이 정도라도 물량이 받쳐주면 세계 최대 IPO·시총 기록이 된다.
아람코는 지난 1~9월 682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831억 달러)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매출도 2330억 달러에서 2170억 달러로 7%가량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110억 달러의 순익을 냈다. 같은 기간 애플 실적의 2배에 가까웠다. 엑손모빌·로열더치셸·BP·셰브런·토탈 등 5대 다국적 석유 메이저의 순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한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블룸버그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국부펀드와 국유기업을 동원해 아람코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아람코 투자는 국제유가 상승에 대비하는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