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을 진행한다. 참여자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그리고 강성부펀드(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과 손을 잡은 전략적투자자(SI) 등이다.
인수대금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와 유상증자(최소 8000억원)를 포함해 최소 1조20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등이 더해져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금호산업 입장에선 연내 매각이 유리하다. 산업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에 투자한 탓이다. 이번 본입찰에서 유찰된다면 매각 주도권은 산은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금호산업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축소된다.
사실 금호산업을 제외하고 산은과 인수주체들 입장에선 매각불발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신주(유증) 발행 규모 하한선이 정해져 있는 가운데 자금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구주(금호산업 지분) 인수대금 축소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실패를 감안하면 새 주인 입장에서 그 가치를 높게 쳐줄 이유가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주체들 입장에선 유증 가격을 얼마로 써 내는지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되는 구조”라며 “산은 입장에서도 구주 매출에 따른 인수자 부담을 원하지 않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는 “‘빚’ 경영을 해온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욕심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0년 연결기준 자본은 8707억5000만원, 부채는 3조1500억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자본은 1조900억원, 부채는 7조1000억원이다. 상대적으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그간 유상증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주주가치 제고는 찾아볼 수 없다.
통상 항공업은 영업현금흐름이 우수한 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단 한차례 1948억원 영업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2016~2018년) 동안은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기도 했지만 늘어나는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채경영’ 심각성을 드러냈다.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2014년 3.71%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4.82%로 확대됐다.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2016년과 2017년 WACC를 상회했지만 여타 기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잉여현금흐름(FCF)이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구조이며 빚 상환과 이자부담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M&A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산은이 너무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지금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 결과 산은이나 인수주체들의 고민만 가중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주체들은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을 써낼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금액이다. 설령 가격을 높게 책정해도 신주 가격을 높이는 구조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구주 대금은 온전히 금호산업으로 향하지만 신주 대금은 산은 등 채권단의 일부 부채를 탕감하고 나머지 자금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가격을 낮추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항공업계의 공통적 불안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환율, 유가 등 헷징 전략도 필수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수 주체들의 역량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규모 IB 미래에셋대우, 재무구조 개선 등에 강점을 가진 KGCI, 항공업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애경그룹 등이 각각의 강점을 갖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각 인수 주체들이 향후 경영 개선 전략에 대해 복합적으로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며 “대기업 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현 인수 후보들도 쟁쟁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