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RCEP에 참여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호주·일본·인도·뉴질랜드 등 16개 국가의 인구는 36억명으로 전 세계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 합계액은 25조 달러로 전 세계 3분의1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교역량은 9조6000억 달러로 글로벌 무역의 30% 규모다.
이번 RCEP 체결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 안정적인 교역·투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RCEP가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실질 GDP는 10년간 1.21~1.76%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114억~195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과 간접적으로 FTA를 체결하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RCEP에 참여한 15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과 FTA를 맺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과 반대로 일본 제품이 우리 시장에 밀려들 것이란 '위기감'이 동시에 나온다.
이에 대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WTO와 마찬가지로 RCEP에서도 자유로운 상품 교역을 위해 수량 제한 조치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일본과의 양허 협상 부분은 협정문에서 100% 타결했다"면서 "시장 개방은 아직 일부 국가와 협상이 남아 있어 이것이 마무리돼야 일본과의 영향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또 지식재산권 챕터가 도입되면서 한류 중심지인 RCEP 역내에 안정적 한류 콘텐츠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RCEP 타결과 관련해 열린 산·관·학 간담회에서 "최근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엄중한 상황인 가운데 RCEP 역내 시장 접근 개선 및 교역 다변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RCEP 내 협력 챕터를 통해 발전 수준 격차가 큰 참여국이 상호 호혜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농수산업 부문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참가국 중 중국·호주·뉴질랜드는 농산물 수출이 많은 나라이고, 아세안의 수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의 참여 여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인도는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인도 내에서는 중국이 이 협정을 이용해 값싼 중국 상품을 덤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농가와 시민단체, 야당까지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내 양심이 RCEP 가입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