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룹, 기업승계 ‘비상’…1순위 이선호 '마약' 발목

2019-11-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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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항소로 법정 다시 서야…누나 이경후 상무 관심 집중

이재현 CJ 그룹 장남 이선호. [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CJ그룹이 혼란에 빠졌다. 변종대마 흡연‧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씨(29)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되자 검찰이 항소했기 때문이다.

◆이선호, 승계 1순위 후보에서 골칫덩이로 전락

인천지검은 지난달 29일 이씨 사건에 대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2019년 10월 29일 본지 단독보도). 제출 사유는 ‘양형부당’이다. 검찰은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씨에게 선고된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지 48일 만에 풀려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검찰 항소로 또다시 법정 앞에 서야 할 처지가 됐다.

이재현 회장 건강 문제로 경영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했던 CJ그룹도 승계 작업은 물론 정기인사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로 비상이 걸렸다.

이씨는 CJ그룹 승계 1순위 후보로 꼽혀왔다. 2013년 23살 나이에 CJ제일제당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대리와 과장을 거쳐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승계 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5월에는 식품 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선 ‘승계’를 염두에 둔 보직 이동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씨가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다 적발되면서 승계 작업은 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 9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올해 4~8월 LA 등지에서 대마 오일 카트리지를 여러 차례 흡연한 혐의도 받는다.

여기에 입국 당시 여행용 가방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 배낭에 캔디·젤리형 대마 167개를 넣어 밀반입을 시도하다가 공항세관 수화물 검색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같은 날 이뤄진 조사에서 그가 마약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이씨 간이 소변검사에선 마약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약 매매 또는 알선은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 범죄다. 검찰도 1심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인천지법 형사 12부(재판장 송현경)는 지난달 24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2만7000원 추징을 명령했다. 보호관찰이나 약물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재벌가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 차남 허희수씨를 비롯해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SK그룹 3세 최영근씨, 현대가 3세 정현선씨도 마약 혐의로 구속됐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한 변호사는 “이선호씨가 비록 초범이긴 하지만 밀수한 마약 종류와 양이 많았고, 오랜 기간에 걸쳐서 여러 마약을 흡입해왔다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전형적인 ‘솜방망이 처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J 경영권 승계 구도 영향 미칠까···그룹 ‘골머리’

재계에서는 후보자 1순위로 불려온 이씨가 대마 밀반입이란 과오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음에도 CJ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할지,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할지 지켜보고 있다.

그룹은 검찰 항소로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며 실형은 피했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씨 업무 복귀 시기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CJ그룹은 이씨가 CJ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고 신형우선주를 발행‧상장하는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으로 투병 중인 이 회장 건강 문제로 승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던 상태였다.

현재 CJ그룹 지주사인 CJ 지분은 이 회장이 42.07%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맏딸이자 선호씨 누나인 이경후 CJ E&M 상무가 0.13%를 갖고 있고, 이씨 지분은 없다. 그룹은 지난 4월 이씨가 2대 주주로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분할해 분할법인을 CJ에 합병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27일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이씨는 CJ 지분 2.8%를, 누나인 이 상무는 1.2%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씨가 회사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사내 징계를 받게 될 경우 경영권 승계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CJ그룹 회사 내규에는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계 처분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내용이 있다.

단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 유죄 판결이 나와도 등기임원 선임이 가능해 이씨가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이 길어져 경영 복귀가 늦어지면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여기에 이씨가 근무 중인 CJ제일제당은 실적 부진에다 평판까지 추락하는 위기에 놓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9월 20~10월 21일까지 식품 상장기업 62개 브랜드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브랜드 평판을 분석한 결과 CJ제일제당은 평판지수가 하락하며 부동의 1위에서 3위까지 꼬꾸라졌다.

마약사범인 이씨 승계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뒤 재계 시선은 누나인 이 상무에게 향하고 있다. 케이콘(K-CON) 등 미국에서 달성한 해외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 만큼 업무능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이선호씨에 대한) 법적 절차가 종료되면 그때 인사위원회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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