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글로벌 '촉'과 부동산 투자

2019-11-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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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글로벌 투자 선도…업계 1위로 성장

총위험액 증가..."재무안정성 주의 필요"

미래에셋대우 센터원 전경[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데일리동방] “미래에셋은 공격적인 회사가 아니라 전략적인 회사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미래에셋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에 공격적이란 수식어가 종종 붙는다. 그러나 박현주 회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략에 집중하면 신속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위험은 줄고 속도는 빨라지는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미래에셋은 '최초'란 타이틀에 익숙하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해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글로벌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결실을 낸 데에 박현주 회장의 투자 ‘촉’이 큰 몫을 차지한다.

◆통큰 부동산 투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미래에셋대우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을 맡았으며, 취임 1년여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룹 경영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영향력은 더 커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이 올 상반기 해외에서 낸 이익만 세전 1300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지난해 1년 동안 150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한 데 비교하면 반년 만에 1년치 수준의 실적을 낸 셈이다. 특히 박현주 회장은 부동산에 주목했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투자를 살펴보려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중국 상하이 푸둥 대형빌딩(현 미래에셋상하이타워)을 인수하며, 국내 금융업계의 글로벌 투자를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2017년 인수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T8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 2년 만에 1600억~1700억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했다. 2억8000만 유로(약 3500억원)에 인수해서 4억 유로(약 5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연간 25% 이상의 내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5성급 호텔 15곳을 58억 달러(약 7조원)에 한꺼번에 인수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국내 자본의 해외 대체투자 부문 인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5개 호텔은 안방보험이 2016년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에서 매입해 검증된 우량자산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룩필드, 싱가포르투자청(GIC), 블랙스톤 등 유수의 글로벌 투자자들과 벌인 경쟁에서 인수계약을 따내 딜 성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인수까지 합하면 국내 최초로 세계 초우량 호텔 객실 1만704개를 확보하게 된다.

올해에는 미국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진행 중인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 사업에 3억7500만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의 신설 물류센터에도 7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인도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회사 빅바스켓(약 660억원), 인도네시아 e커머스 회사 부칼라팍(약 600억원)에 투자하는 등 통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 매물로 떠오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판교 알파돔시티,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등 국내 개발 사업에도 진출했다. 

◆박현주의 확고한 투자철학

박현주 회장의 투자철학은 미래에셋이 총 444조원의 운용 규모를 쌓도록 이끌었다. 그가 투자 의사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가’다. 우량자산에 장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 좋은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박현주 회장에게는 세 가지 투자원칙이 있다. △모르는 일이나 투자처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 △앞의 두 원칙을 꼭 지킨다 등이다.

박현주 회장은 학장시절 전세 계약을 직접 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공부한 결과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사람들이 일하고, 살고 싶은 환경을 갖춘 나라에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 믿는다.

누구나 은퇴 후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 호주 등이다. 실제로 최근 7조원이나 투자한 미국의 15개 호텔은 우량자산으로,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투자는 미래에셋을 적립식 펀드의 강자로 만들었다. 해외펀드 출시 역시 10년가량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다. 박현주 회장은 2001년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중국과 인도를 1호 지역으로 정했다.

그리고 5년 뒤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결국 박현주 회장의 투자철학은 전세계 14개 지역에 30개의 현지법인과 사무소를 운영하는 그룹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숙제는 재무 안정성 유지 

미래에셋이 선도한 글로벌 투자는 업계 전반에 확산됐다. 8개 대형 증권사의 항공·선박, 인프라(SOC), 부동산 등 해외대체투자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이다. 2017년 말 3조7000억원에서 급증한 규모다.

신 순자본비율(NCR) 도입, 초대형IB 지정 등 자본규제 완화로 증권사들의 투자여력도 크게 확대된 것이다. 다만 전체 증권업의 자본대비 총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해외대체투자 관련 위험은 커졌고,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증권사의 익스포져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위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고 판단했다.

미매각 리스크도 고려해야겠다. 한신평은 "셀다운 목적으로 취급한 물건들이 재고로 쌓이기 시작해 6개월 이상 미매각된 물량의 규모가 6월 말 기준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리한 경쟁 심화로 미매각 리스크가 확대된 것"이라며 "이런 영업 추세가 지속되면 증권사의 유동성과 투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에셋도 이런 경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최근 미국 15개 호텔을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위험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미국 내 동·서부에 걸친 지역적 분산과 다양한 브랜드 등 포트폴리오 분산이 우수하다“면서도 ”대규모의 장기 펀드 투자란 점에서 금리변화, 자산운용 성과, 엑시트 시점 자산가치 및 자금시장 동향 등에 따른 불확실성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에셋 계열사들의 총 투자금액 2조4000억원 중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한 규모는 1조8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6월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8조3000억원의 21.7% 수준으로, 재무안정성이 더 저하될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신NCR은 2016년 말 1702.4%에서 2019년 6월 말 409.2%까지 떨어졌다. NCR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여기에 최근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저하 폭은 더욱 커진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위해 금융당국에서 지정한 기준은 연결기준에 따른 신 NCR로, 재무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금 집행에 있어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의 6월 말 연결기준 신 NCR은 2046.2%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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