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이중고…피고인 변론에 총수 혁신 담겨야

2019-10-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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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충고두고 ‘가이드라인’ 비판…당사자엔 힌트이자 어려운 숙제

’총수가 두려워할 준법감시‘ 마련·피고인 방어와 경영 묶여 부담 가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파기환송심 1회 공판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데일리동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주어진 ‘재판 가이드라인’이 변론과 경영에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파기환송심에서 총수가 두려워할 정도의 준법경영 감시체제 확립과 재벌체제 폐해 시정, 삼성 혁신을 충고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형량 낮추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해 둔다”고 못 박았지만 “몇 가지가 해결 안 되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 못 할 것”이라며 과제를 열거했다.

법원이 거론한 과제는 ‘현저한 개전의 정’을 통한 집행유예 참작 사유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유무죄를 정리한 만큼 이번 재판에서 양형 공판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 부회장 측도 유무죄를 다투지 않고 감형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무죄 심리는 11월 22일, 양형 심리는 12월 6일 각각 열린다.

법원 밖에서 삼성은 자중할 수밖에 없다. 재판 도중 각종 혁신안을 발표할 경우 자칫 ‘총수 구하기용’이라는 비난이 뒤따를 수 있어서다. 재판부가 삼성 발표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 심증을 형성할지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방어권 행사 방식이 관심을 모은다. 그는 일단 장외변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남은 수단은 공판기일과 변호인 의견서 제출, 결심 때의 변론요지서 등이다. 큰 사건을 맡은 일부 판사는 심리 기간에 언론 보도를 소극적으로 접하며 외부 영향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사건 기록 검토에 시간도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미리 심증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장의 이례적인 의견 개진은 좋게 보면 힌트”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시각이 이러니 움직여보라’는 의미도 있다”고 풀이했다.

이 부회장은 외부 발표 대신 의견서와 변론요지서 등에 ‘이재용의 신경영’과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제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3월 이사회 결의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17년 4월에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사회적책임)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거버넌스위원회(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로 개편했다.

문제는 재판부가 가리킨 준법제도 정비와 기업 혁신안 깊이다. 재판장이 먼저 심증을 드러내며 지적한 문제를 두고 이 부회장 측이 읍소 수준으로 해명과 계획을 내놓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심리 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말했다.

피고인 이재용의 방어권이 총수 이재용이 할 수 있는 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삼성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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