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러의 자국 통화 대체 인정 통해 쌀값·환율 안정"

2019-10-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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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적으로 달러를 동원해 환율정책 펴"

북한이 국내에서 자국 통화 대신 달러 사용을 인정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통제를 벗어난 매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통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연욱 NH투자증권 부장은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10월호'에 실린 '2013년 이후 북한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북한이 2013년 이후 원화 표시 쌀값과 환율 안정 상태에 접어든 것은 달러라이제이션(달러가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현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원·달러 환율은 2013년 5000원대에서 8000원대로 60% 치솟은 이후 현재까지 8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쌀 가격도 2012년 크게 오른 뒤 환율과 비슷한 흐름으로 보이고 있다.
 

[표=KDI 제공]

정연욱 부장은 짐바브웨 사례를 거론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중단은 결국 정권의 손끝에 달려 있다"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다른 모든 세수를 절하시킨 상황에서 정부가 운영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발권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원이 코마(coma)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적극적으로 달러를 동원해 정부를 운영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1998년 토지몰수로 시작돼 2008년 정점을 찍었다. 2007~2008년 하루 평균 물가상승률은 98%에 달했고, 2008년 11월에는 한 달 새 796억%나 상승했다.

정 부장은 "북한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순전히 통화 부문에서 일어난 정책실패, 즉 2009년 말 몰수적 화폐개혁과 곧바로 이어진 통화 남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2013년 하반기 이후 원화 표시 쌀값과 환율의 안정 추세도 결국은 북한 당국의 정책적 대응이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 내에서 외화 통용의 고착화, 즉 국내의 다중통화체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의식적이고 미시적인 정책들을 통해 디달러라이제이션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그 성과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과거처럼 외화의 사용이나 보유를 법적으로 금지시키는 위험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주체들이 대면하게 되는 유인체계를 조작해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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