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업계에서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히던 이동통신사와 대규모 인터넷서비스(포털) 사업자가 혈맹을 맺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국내 메신저 1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미래 정보통신 사업 협력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상호 주식을 교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28일 밝혔다.
주식교환은 SK텔레콤이 카카오에 자사주를 매각하고, 카카오가 SK텔레콤에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된다. 이로써 SK텔레콤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특수관계인(28.09%), 국민연금(7.91%), 텐센트(6.51%)에 이어 카카오의 4대 주주로 등극한다. 카카오 역시 SK텔레콤의 주요 주주 자격을 획득한다.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해외 IT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해묵은 원한을 내려놓고 지분을 교환하는 혈맹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기술·플랫폼·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정보통신 산업발전에 기여해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사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구성되는 '시너지 협의체'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와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부사장)이 시너지 협의체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상호 협력과 미래 산업 창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시너지 협의체 구성원은 양사의 협력 사항에 따라 변동되는 TF 형식을 취한다.
이번 협력은 양사의 2인자인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과 카카오 투자전략담당 배재현 부사장의 만남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상 부사장은 "카카오와의 이번 파트너십은 미래 정보통신의 핵심이 될 5G, 모바일 플랫폼 분야의 대표 기업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정보통신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정보통신 산업 전반과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국내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재현 부사장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사업 협력 계약과 달리 상호 주식 교환이 수반되어 보다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최소 1년 이상 상호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속도감 있게 구체적인 사업 협력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