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꿈’을 품고 있던 30대 청년 김민우씨(가명)는 올 초 마음을 굳히고 정보기술(IT)분야 기술창업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7월 한 지역의 창업센터 입주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창업 수개월 동안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자 정부의 창업자금 대출에 눈길을 돌렸다. 그때 한 지인의 소개로 ‘정책자금 지도사’라는 자격증을 보유한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이 "기술창업 대출 분야 전문가"라며 “기술보증기금부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의 기관에 굵직한 인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후 A씨는 대뜸 수수료 5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기보와 얘기가 다 끝났다”며 김씨를 안심시키고, 서류작업부터 기업 활동에 필수적이라는 보험 가입 등이 적힌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엔 ‘성공보수’라는 문구도 있었다. 김씨는 실제 정책자금 대출에 필요한 초기 서류 준비가 순탄하게 진행되자 마음 한편에 가졌던 의심을 버렸다.
‘불법 정책자금 브로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인맥을 내세워 정책자금 대출 가능성이 낮은데도 창업자에게 이를 성사시켜 주겠다고 접근한 뒤 컨설팅·서류작성 대행 비용 등을 챙긴다. 정책자금 대출이 성공하면 통상 대출액의 5~10%를 수수료 명목으로 뗀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악질 브로커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대출액의 최대 30%를 가져가기도 한다”며 “최근 창업 예산이 급등하면서 암암리에 정책자금을 소개·연결하는 브로커들이 늘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 구제부터 브로커 적발 등의 움직임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도심 외곽 도로변에는 ‘정책자금 금리 2%, 최대 1억’이라고 적힌 불법 브로커 홍보물이 버젓이 걸려 있다. 이는 ‘정책자금 브로커’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해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업체 14곳을 찾아내 수사 의뢰했지만, 구체적인 혐의점을 찾지 못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류작성 대행이나 자문 등이 사업 서비스인지 불법 행위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고, 성공보수 등을 사기죄로 봐야 할지 여부도 애매하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워낙 음성적으로 움직여서 수사가 어렵고, (불법이라는)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현재 불법 브로커 개념을 수정·보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