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세계 남·여 골프 뒤흔든 교포선수 두 ‘대니’

2019-10-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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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리|제주 더 CJ컵서 토머스와 명승부 끝 준우승

대니얼 강|부산 명예시민 되던 날 뷰익 상하이 2연패


두 명의 교포 선수들이 지난 주말 세계 남녀 골프를 뒤흔들었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9‧한국이름 이진명)는 제주도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에서 감동적인 명승부를 연출했고, 재미교포 대니얼 강(27‧한국이름 강효림)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뷰익 LPGA 상하이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교포 골퍼 대니 리(왼쪽)와 대니얼 강. 사진=연합뉴스 제공]


◆ 고국서 흘린 두 번의 눈물 그리고 감동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더 CJ컵이 4만6000여명 갤러리들이 지켜본 가운데 20일 막을 내렸다.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와 ‘전설’ 필 미켈슨(이상 미국) 등 세계 남자골프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대회는 총상금 975만 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국내 유일 PGA 투어 정규대회다. 우승상금 175만 달러(약 20억7000만원) ‘잭팟’을 터뜨린 주인공은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20언더파 268타)였다. 하지만 토머스의 대회 두 번째 우승을 더욱 빛나게 만든 건 대회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 대니 리의 눈부신 조연이었다.

대니 리는 아쉬운 2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더 CJ컵이 열린 클럽나인브릿지 시그니처 홀인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두 차례나 토머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니 리는 대회 3라운드에서 3타 차를 단번에 따라잡은 이글 퍼트를 넣더니 최종 4라운드에서도 홀컵을 튕겨 나온 이글 퍼트로 토머스를 압박했다. 우승 이후 토머스는 “대니 리가 정말 잘 쳤고 엄청난 퍼트 감각이 대단했다. 난 2타 차인 마지막 홀에서 캐디에게 ‘무조건 버디를 잡아야 돼’라고 말해야 할 정도였다”라고 당시 긴장감을 전했다. 대니 리도 “너무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하려고 했다. 모든 게 내 뜻대로 될 순 없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대니 리는 인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골퍼’로 불렸다. 8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 본격적으로 골프에 전념했고, 2008년 US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18세 1개월)을 갈아치웠다. 2009년 유러피언투어 조니워커 클래식을 최연소 기록으로 또 제패한 그는 2015년 PGA 투어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첫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대니 리는 특별했던 더 CJ컵을 ‘고국 무대’라는 데 큰 의미를 담았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많이 출전했지만, 나올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내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 너무 기뻤지만 우승하는 게 의미가 있었다. 아내도 부모님도, 할아버지도 모두 한국인인 가족이 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결과다”라고 강조했다.

더 CJ컵 우승이 간절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대니 리는 대회 직전 슬픈 개인사를 겪었다. 둘째를 임신 중인 아내가 대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조산을 하게 된 것. 대니 리는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 때 나와야 할 아기가 너무 일찍 나왔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고도 끝내 눈시울 붉히며 끝맺음을 못했다. 대회가 끝난 뒤 마음을 추스른 그는 “아내와 아기는 지금 한국에 있다.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는데 다행히 계속 좋은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며 “분유도 잘 먹고 아내도 잘 회복하고 있다”고 애써 웃어 보였다.

대니 리는 힘겨운 개인사를 겪으면서도 대회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허리 부상 이후 꾸준히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해온 결과물이다. 그는 “운동 수준이 거의 올림픽 선수급”이라며 “왜 내가 트레이너한테 돈 주고 사서 고생하나 싶을 정도로 운동할 때마다 정말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비거리도 15야드 정도 늘었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난 좋은 골퍼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 세상 떠난 아버지 고향 ‘부산 명예시민’ 되던 날

대니 리가 고국에서 감동 무대를 펼친 날, 또 다른 교포 대니얼 강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자신의 27번째 생일을 맞은 날, 아버지의 고향인 부산 명예시민이 됐고, 이날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대니얼 강은 중국에서 끝난 뷰익 LPGA 상하이 최종 4라운드에서 제시카 코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짜릿한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극적으로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대니얼 강은 2017년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이룬 뒤 이 대회 2연패로 투어 통산 3승을 수확했다.

대니얼 강은 1992년 10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의 나라 한국과는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부산 신개금초등학교 1학년 시절에는 어린이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태권도로 체력을 단련했고, 포장마차와 국제시장을 자주 갔던 기억을 품고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한다. 그의 오른손에는 의미 있는 문신도 새겨져 있다. 검지에는 아버지가 늘 강조했던 ‘just be’(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어라)라는 영문 문신이, 손등에는 ‘아빠’라는 한글 문신이 또렷하다. 그는 “누군가와 악수를 하면 그 사람도 우리 아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때마침 부산시는 “부산이 낳은 세계적인 프로 골프선수 대니얼 그레이스 강 씨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한다”고 발표했다. 대니얼 강은 “아버지의 고향이자,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부산시 명예시민으로 추천된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반겼다. 대니얼 강은 21일 오후 부산시청을 직접 방문해 시민증과 기념품을 전달 받는다. 이어 그는 24일부터 나흘간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리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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