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제6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터넷을 잘 발전시키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며 “각국은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사이버 공간 공동체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축하 서한을 통해 밝혔다.
중국은 2017년 6월 1일부터 시행된 ‘사이버 보안법’을 통해 중국 내 인터넷 서비스를 정부가 검열·통제하고 있다. 또 구글·페이스북을 포함한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만리방화벽’을 높였다.
니혼게이자이는 시 주석의 발언에는 이 같은 중국식 사이버 공간 운영방식을 전 세계로 확장시켜 자국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하려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 기업들의 영향력도 곳곳에 뻗어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캄보디아와 필리핀의 5G 통신망을 지원하고 있으며, 차이나모바일은 싱가포르에 첫 해외 데이터센터를 개설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들을 위한 블록체인 송금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징둥닷컴은 인도네시아 물류 업체에 ‘배송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파상공세에 중국식 인터넷 운영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니혼게이자이에 "일대일로 참여국 중에서는 중국식 여론통제를 도입해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싶어하는 나라도 있다”며 “중국 인터넷, IT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인프라 비용부담이 낮아진다는 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디지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가속화할수록 미국과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인터넷대회는 중국이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자국 인터넷 기업이 급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83개국(지역)에서 1500여명의 인터넷 관련 분야 리더들이 참석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만리방화벽 등을 이유로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대형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2017년 행사때만 해도 선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팀쿡 애플 CEO가 포럼장에 나와 연설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수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