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지난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스몰딜(부분합의)'을 이루며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냈다. 당시 미국은 지난 15일 발효 예정이었던 관세 인상조치를 보류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량을 늘리기로 구두 합의했다. 현재 양국은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한 문서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 19일 고위급 무역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거두며 합의 서명을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국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2019 세계 가상현실(VR) 산업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류 총리는 개막식 축사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이 한층 고조되는 걸 멈추는 건 중국·미국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유리하다"며 "이는 생산자·소비자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미·중 양국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상호간 핵심 우려사항을 적절히 해결해 양호한 환경을 만들고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달 16~17일 열리는 칠레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는 내달 칠레 정상회담까지 매우 쉽고 희망적으로 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진핑 주석과 나는 모두 거기(칠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중국과 잘 협력하고 있다.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중 양국이 합의안 서명에 적극 나선 건 그만큼 양국 모두 무역전쟁이 악화하는 걸 막고 단계적인 합의를 이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으로선 3분기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치인 6.0%를 기록하는 등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졌다.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중국과의 합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백악관 회의에서는 무역갈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당장 단계적 합의는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향후 구조적 문제를 놓고 합의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무역분쟁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줄리안 에반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미국으로선 중국과 일단 손쉬운 목표를 먼저 달성하려는 것으로 포괄적 무역합의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쟁 여지가 큰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이라며, 무역갈등이 조만간 한 차례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학 부교수도 연합조보를 통해 "미·중의 이번 합의는 포괄적 합의가 아닌 단계적 합의로,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뿐"이라며 "미·중 관계가 통제불능 상태로 악화하는 걸 막고 안정시키는 데 최소한 도움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